오피니언

[사설] 국회의원 입 막는다고 민심을 막을 수 있나

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인사하며 쓴소리를 한마디 했다고 경호원들이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퇴장시키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8일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입장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인사하다 “대통령님, 국정기조를 전환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집니다”라고 말을 건네다 경호원들에게 제압됐다. 강 의원은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 행사장 밖으로 내몰렸고, 다시 들어올 수도 없었다. 군사독재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폭력적인 사태다.

대통령실은 사건 직후 강 의원이 윤 대통령의 손을 자기 앞으로 당겼고, 경호원들의 경고에도 손을 놓아주지 않았으며, 진로를 막고 고성을 지르며 소동을 피웠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위해행위로 판단하고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자단 풀영상을 비롯해 숱한 영상을 통해 대통령실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쉽게 드러났다.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한 시간은 통상적인 짧은 순간이었고, 강 의원이 뭔가 말을 하려 하자 이미 경호원들이 모여들어 에워쌌으며, 대통령이 강 의원을 지나친 이후 경호원들이 강 의원을 끌어냈다.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 국회의원이 대통령 면전에서 뼈 있는 말이나 듣기 불편한 충고를 던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흔한 일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짧은 발언을 대통령 위해행위로 간주하고 폭력적으로 제압한다니 여기가 왕정국가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영상을 토대로 경호처 고위간부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제보도 나오는 마당이다. 가장 기가 막힌 것은 직접 인사를 했고 강 의원 신분을 알고 있는 윤 대통령이 빤히 보고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폭력은 경호원들이 행사했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의 허락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은 아이돌그룹이나 배우 등 연예인들도 경호원의 과잉행위를 제지하는 정도의 개념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분노한 국민을 가짜해명으로 속이려 하지 말고 깨끗하게 사과하고 경호처장 문책을 단행해야 한다. 명백한 입법부 모독에 대해 야당은 공동대응을 통해 확실히 재방방지책을 얻어내야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입법부 수장답게 당당하게 대통령실을 꾸짖고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강 의원이 말한 것처럼, 국정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아울러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 권력자의 끝이 어떠한지 국민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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