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홍릉에서 열린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생활 규제 개혁이 논의됐다. 단말기유통법 폐지, 도서정가제 개선과 함께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이 다뤄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초기부터 논란과 갈등을 일으킨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포함됐고, 새벽배송 규제도 풀어 가능지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으나, 유통시장 경쟁구조가 변화하면서 국민의 기본권 제약 등 국민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어 규제의 원점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5년 우리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규제는 여러 경제주체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상생하는 경제질서를 구축하고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한 법률로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 실현에 이바지한다고 보았다.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 등 소상공인의 보호뿐 아니라 노동자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의 의미도 가진다. 작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대구시를 시작으로 청주시의 마트노동자들이 일요일을 빼앗겼는데, 한 대형마트 노동자는 "가족들은 주말에 쉬는데 평일엔 혼자 쉬니 가족한테서도 고립감을 느낀다"고 했다. 일요일 대신 평일에 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흔히 '스케줄 근무'라고 하는 불규칙 노동과 주말 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됐다. 공휴일 의무휴업은 일·건강·생활의 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임에도 이것마저 제거하게 되는 것이다.
새벽배송 확대는 더 큰 문제다. 정부 발표 이후 대형마트가 '쿠팡의 로켓배송'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하지만 최근에도 새벽배송을 하다 사망한 노동자가 있었고, 물류센터와 배송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심야와 새벽에도 고강도 노동을 한다. 새벽배송을 확대하면 밤새도록 일하고 배달하며 스스로를 갈아 넣는 노동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의 편익을 위한 규제개혁이라고 하지만, 일요일을 빼앗고 새벽배송을 확대 허용는 것은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퇴행이다. 문제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규제가 아니다. 무분별하게 장시간 야간노동을 사용하는 온라인 대형마트가 가파른 성장을 해도 규제하지 않았던 점을 돌아봐야 한다. 누군가의 장시간 야간노동에 기대서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