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윤석열 대통령은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에 돌연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새해 업무보고를 겸한 민생토론회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그런데 토론회 30분 전에 갑자기 불참을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감기 기운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전날 불거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이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스스로 무게를 실어온 민생토론회에 빠질 정도로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 셈이다.
결국 '김건희 지키기'다. 윤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고집을 부려왔다.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넘어오자마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했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이라지만 숙고의 시간도 없이 즉각 되돌려 보낸 건 이번 정부 들어서도 처음이다. '디올백'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단 한마디의 유감도 표시하지 않았다. 선물을 거부하지도, 돌려보내지도 않았고, 관련된 조사 필요성도 언급하지 않았다.
'디올백' 문제는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법적 문제이기도 하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가 받은 선물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를 처벌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줄곧 이 문제를 '공작'의 문제로만 간주한다. 국민의 시각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결국 당정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스스로 '가장 믿는 후배'라고 불러왔던 한 비대위원장을 물러나라고 강요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을 여당의 대표 격으로 내려보낸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과거 군사독재자들도 여당 대표를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꾼 적은 없었다. 이런 황당한 국면을 만들어낸 것이 '김건희 지키기'라는 아집이다.
대통령도 사람이고 가족이 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범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은 비리 혐의로 감옥에 갔고,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의 형도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를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들은 여러 방법으로 가족을 지키려고 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라고 다를 것이 없다. 잘못을 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이를 감추고 피하려고 할수록 더 어려워질 뿐이다.
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은 여러 문제들을 국정 과제라고 내세워 왔지만, 이제 중간평가를 앞둔 시점에서 그에게 첫 번째 국정과제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드러났다. 바로 '김건희 지키기'다. 그래서 국민들은 다시 묻게 된다. "이게 나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