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지와 인도주의적 구호품의 전달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 11월 중순부터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과 서방의 상선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1월 12일부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2015년부터의 싸움에서 대대적인 자원을 쏟아 부은 사우디 연합군을 격퇴한 후티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홍해 루트는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최단 항로로, 전세계 해운 물류 유통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그런데 주요 해운사들은 홍해 루트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하면서 운항거리는 평균 9600㎞, 기간은 15일 이상 늘었다. 이로 인해 원유 시장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 살펴본 알자지라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유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서방과 예멘 후티 반족의 무력 충돌 때문에 선박들이 홍해를 피하며 발생한 운송 지연 우려로 인해 글로벌 벤치마크인 선물 시장과 일부 유럽 및 아프리카 실물 시장이 부분적으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세계 무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과 중국의 수요 증가 등 다른 요인이 결합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원유 공급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유럽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후티 반군 기지를 공습한 후 유조선들이 홍해를 우회하면서 공급 부족의 신호로 전 세계 거래 원유량의 거의 80%를 차지하는 브렌트유 시장 구조가 19일 두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맞서 예멘 북부와 서부 해안을 장악하고 있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을 표적으로 삼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후티 반군의 활동은 홍해의 입구인 좁은 바브 알만데브 해협에 집중됐다. 매일 약 50척의 선박이 이 해협을 통해 세계 무역의 중심 동맥인 수에즈 운하를 오가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의 일부가 이 지역의 운항을 완전히 중단하고 선박을 거리가 훨씬 먼 남부 아프리카의 희망봉으로 우회시키고 있는데, 항로가 길어지면서 연료, 선원, 보험 비용 증가로 인해 해상운임이 상승했다.
전략 컨설팅 기업 케플러의 수석 원유 분석가인 빅토르 카토나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홍해와 수에즈 운하 해로가 막히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선물 계약은 브렌트유라며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겠는가.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유럽 정유업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렌트유 1개월물 계약과 6개월물 계약의 프리미엄은 19일 배럴당 2.15달러 상승해 11월 초 이후 가장 높았다. 원유 시장에서 현재의 선물 계약이 미래의 계약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선물 계약의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백워데이션’(현물 고평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원유 공급에 대한 높은 우려 때문에 미래에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으로 향하는 원유가 반토막 났다
케플러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으로 향하는 중동산 원유의 양이 10월 하루 107만 배럴에서 12월 57만 배럴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경제제재 때문에 세계 브렌트 원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동 원유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요인도 있다.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시위 사태로 리비아의 원유 수출이 감소했고, 정치적 혼란으로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원유 수출도 감소하는 등 다른 상황도 유럽 원유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또, 이란이 선적으로 보류하고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중국과 이란의 석유 거래가 중단되고 환율 문제로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이 줄면서 앙골라 원유에 대한 중국과 인도의 수요가 증가해 유럽으로 공급할 수 있는 앙골라 원유량이 감소했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그리고 앙골라는 수에즈 운하를 거치지 않고 유럽에 원유를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요인으로 인한 유럽의 타격은 특히 크다.
한편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를 무시하고 할인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대대적으로 사들여 러시아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 됐다. 러시아는 작년 중국에 1일 214만 배럴에 해당하는 1억70만 톤의 원유를 수출했는데 이는 사우디나 이라크와 같은 주요 원유 수출국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86만 톤으로 1.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