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1일부터 국가정보원이 공안 사건 수사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됐다. 지난 2020년 12월 이러한 수사권 이관을 중심으로 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3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된 것이다.
하지만,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자마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된 이후 이미 여러 차례 보수세력과 보수정당들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외쳐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오찬에서 “국내에 있는 경찰이 (대공) 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은 살펴봐야 하는 여지가 있다”며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지명한 조태용 국가정보원 원장 후보자도 지난 1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같이 특수한 상황에선 국정원이 간첩을 더 잘 잡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찰로 이관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복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굳이 ‘우리 같이 특수한 상황’을 언급한 건 국가가 운영하는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가진 예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인 미국의 CIA도 수사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처음 만든 1961년엔 수사권이 없었지만, 1963년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수사권한을 부여했다.
정보기관에 수사권한이 부여되면서 중앙정보부는 안기부와 국정원으로 이어지며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었다. 1987년 수지김과 2013년 유우성 등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조작해 물의를 일으켰고, 지난 2012년엔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을 동원해 대대적인 댓글 조작 사건을 벌여 선거에까지 개입했다.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된 것도 바로 국정원이 벌인 이런 범죄들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관련 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을 외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국정원이 간첩을 조작하고, 선거에 개입하던 과거로 돌아가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