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를 거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뽑는 두 번째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시 절반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지난 15일 첫번째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51%의 득표율로 1위를 했던 트럼프는 첫 양자구도 경선이라는 점과 중도층이 많은 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뉴햄프셔 예비 경선에서도 과반인 54%(29% 개표상황)를 획득했다. 이로써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은 사실상 끝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분명하다"고 밝혔다. 예전과는 달리 너무 빨리 끝나버린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을 통해 얻을 교훈 중에서 '전문가'의 지시나 제한을 거부하려는 중도층의 적극적인 의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뉴스위크의 기사를 소개한다.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해에 겨울이 봄으로 가면서 날씨만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은 꽁꽁 얼어붙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시작해 극적인 일련의 당내 경선을 통해 광범위한 후보군을 단일 대선 후보로 좁혀 왔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 지명을 받기 위해 수개월 동안 12명이 넘는 경쟁자와 싸우다가 승리했다.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으로 민주당의 후보군이 좁혀졌고, 6월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드라마가 이어지는 뜨거운 경합을 벌이다가 오바마가 클린턴을 겨우 제쳤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여러 주의 경선이 몰려 있는 슈퍼 화요일이 와도 표를 얻기 위해 싸우는 여러 후보가 없을 것이다.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가 다가와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게임은 끝났다. 올해는 또다시 트럼프의 해가 됐다. 단 한 주의 경선, 첫 경선에서 말이다.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에는 몇몇 경쟁자가 이미 사퇴한 가운데 단 3명의 후보가 출마해 관심을 모았다. 트럼프가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압도적인 표차로 눌렀고, 드샌티스가 다음날 사퇴함으로써 헤일리가 마지막 트럼프 도전자로 남게 됐다.
하지만 헤일리의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긴장감은 이미 사라졌다. 남은 경선은 대선 승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큰 상처를 입었다고 여겨졌던 전직 대통령의 대관식 퍼레이드가 될 것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이게 예고된 결과였나. 전문가와 분석가만 스스로를 속여가며 공화당 경선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정치적, 사법적으로 많은 공격을 받고 있어도 트럼프가 여전히 건재하고 심지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증거는 항상 충분히 있었다. 그래도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짧은 과정은 귀중한 추가적인 데이터를 만들어 줬다.
우리는 수많은 경쟁자가 있던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가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보았다. 이번에는 트럼프가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동원된 사법 시스템과 경쟁자로부터 매일 쏟아지는 공격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승승장구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2008년에는 (당시에) 인기가 많은 클린턴과 오바마라는 두 인물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그때마다 살짝 밀린 쪽이 선거운동을 조정하는 모습을 봤다. 그러나 올해는 트럼프가 아이오와에 입성하자마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고, 그 여론조사가 사실로 입증되는 것을 봤다. 앞으로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헤일리가 2월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정도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얻을 교훈
그렇다면 예전과는 너무나 다른 이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각 주의 예비 선거에서 트럼프가 계속 이기는 모습이 역사에는 어떻게 남을 것인가.
역사는 객관적인 분석가조차 얼마나 틀릴 수 있는지에 주목할 것이다. 많은 사건으로 기소되어도 트럼프가 더 충성도가 높고 더 광범위해진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분석가는 아무도 없었다.
역사는 오늘날 공화당이 보이는 특징에 주목할 것이다. 공화당의 열성적인 보수층은 여전히 방대하지만, 트럼프를 걲기 위해 강경 보수인 드샌티스까지 보듬어 줄 정도로 열려 있지는 않다. 공화당의 온건파는 헤일리라는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했지만,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강력하지 못하다.
트럼프가 미국의 최고직에 출사표를 던진 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가 공화당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이미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이제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사실을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이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너무나 빨리 (사실상) 끝나버린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이 남긴 다른 교훈들이 명확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드샌티스의 전국 무대 데뷔는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그에 대한 비판도 넘쳐난다. 하지만 역대 최연소 주지사인 그가 플로리다 예상대로 계속 성공적으로 이끌어간다면, 2028에는 드샌티스가 처음부터 선두 주자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2028년까지 트럼프가 두 번째 대통령직을 맡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누구든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수많은 케이블 뉴스 데스크부터 민주당이 장악한 곳의 주 정부 관리, SNS 검열 담당자, 그리고 여러 도시의 법원에 이르기까지 트럼프의 정적도 깨닫게 될 것이다. 투표할 수 없는 후보를 지정해주려는 지시는 절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유권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고, 그들의 강력한 의지에 비하면 트럼프 정적들의 세력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