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열린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공화당 후보가 경선 초반 2연승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누르고 공화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날 열린 민주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렇다 할 당내 경쟁자가 없는 터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건 거의 확정적이다. 올해 11월의 미국 대선이 4년 전의 '리턴 매치'가 된 셈이다.
아직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은 터라 본선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3년 전 1·6 의회 난입 사태를 선동해 정치적으로 몰락할 뻔했던 트럼프는 4차례에 걸쳐 91개 혐의로 형사기소까지 된 상태다. 그럼에도 강한 생명력을 보이는 것도 놀랍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가 앞서고 있고, 경제와 안보 문제에서 현 정부가 고전하고 있어서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온다면 세계는 커다란 변화를 직면하게 된다. 트럼프는 동맹을 무시하는 고립주의 정책을 표방하고 있고 무역에서도 노골적인 보호주의를 주장해왔다. 한미일 동맹을 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다걸기를 해 온 윤석열 정부로서는 커다란 시험대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믿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기업도 불확실성에 시달릴 수 있다.
사실 트럼프의 동맹 무시나 보호무역 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갈수록 다극화되어 가는 세계에서 대다수의 나라들은 국익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고,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런 추세에 탄력이 더해질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런 세계의 추세가 역전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 국내 정치가 하나의 변수일 수는 있어도 세계적 변화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남은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모든 문제를 미국·일본과의 밀착으로 풀어나간다는 이른바 '가치외교'는 갈수록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중국과의 외교, 북한과의 상황 관리 등에서 자체의 전략을 마련하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