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숙 칼럼] 강성희 의원에 대한 제압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

모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가 들려 끌려 나오기 전에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월 18일 전주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가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1.18. ⓒ뉴시스

지난 1월 18일 국회의원이 전주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대통령실 경호처에 의해 팔다리가 들려 끌려 나오는 기막힌 일이 있었다. 강 의원은 손님도 아니고 자기 지역구 행사장이었다. 오히려 지역에 축하를 하러 온 손님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하면서 “국정기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자마자 경호처 직원이 달려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행사장 밖으로 내쫓았고, 그 후에도 행사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억류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민주주의 위협


대통령에게 욕도 아니고 비판의견 한마디 했다고 시민들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게 말이 되는가. 국회의원의 표현의 자유까지 막는 행정부라니, 이게 민주주의인가. 대통령도 투표로 뽑은 선출된 권력이지만 국회의원들도 선출된 권력이다. 상하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국가권력이다. 아무리 한국 사회가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고 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왕정국가가 아니다. 삼권분립이 헌법에 명시된 한국에서 행정권력이 입법권력을 무시하고 짓밟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윤 정부는 입법권력에 대한 존중은커녕 물리력으로 제압했다. 강 의원에 대한 폭력은 표현의 자유 침해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력이다.

표현의 자유는 집회시위의 자유처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앞서 말한 유엔자유권위원회 일반논평에서도 “의견과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완전한 발전의 필수 불가결하다. 또한 모든 사회에서 필수 불결하고 이것은 민주사회의 초석을 이룬다”고 분명히 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권력자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통치행위자에게 비판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과 정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다. 권위주의 통치를 막을 수 있다. 재벌이나 대기업 등 권력자만을 위한 통치를 견제할 수 있다. 이번 폭력은 비단 강 의원 개인의 권리 침해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는 폭거다. 유엔자유권위원회 일반논평에서는 의견 및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권리와 밀접하다고 짚는다. 선출 대표 간의 공공 및 정치 사안에 대한 정보와 자유로운 소통은 필수적이라고 명시했다. 이런 자유로운 소통이 되지 않을 때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회의장이 당을 떠나 입법권력에 대한 폭력에 사과하라고 공식 요구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법적 근거 없는 자의적인 경호처의 물리력 행사


그래서일까. 대통령실은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의 입장을 발표했다. 마치 강 의원이 엄청난 난장을 피운 것처럼 “금도를 넘었다”고 했다. 고성을 질렀다고 했으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영상에서 보면 어떤 위험도 없었고 윤 대통령은 이미 저쪽으로 인사하러 간 상황인데도 국회의원을 경호처가 강 의원의 신체에 물리력을 행사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폭력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와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승 강장에서 열릴 예정인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경찰과 지차철공사 관계자들이 막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12.04 ⓒ민중의소리

근대사회에서 신체에 대한 통제, 또는 고문 등의 행위를 국가권력도 하지 않는다. 봉건사회에서는 국가권력이 곤장을 때리고 고문을 하지만 근대사회에서 자유로운 신체의 이동을 막는 것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행사할 때는 제한적이고 법적 절차적 요건이 분명해야 한다. 법적 근거와 물리력을 행사할 만큼의 심각한 폭력일 경우, 실존하는 위험이 있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심각한 폭력일 경우에도 공권력은 절차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경호처의 물리력 행사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자의적인 것이었음 절차조차 없었다. 경찰도 집회시위릘 해산시킬 때도 최소한 해산명령을 한다. 그런데 어찌했는가.

또한 신체를 제압하는 공권력의 행사의 정도는 폭력이나 위법성의 정도에 비례해야 한다. 헌법에서도 기본권 침해의 원칙으로 비례성의 원칙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강 의원은 그 어떤 위험행위도 하지 않았다. 현존하는 위험성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는 분리수거를 잘못했다고 몽둥이로 때리는 행위와 같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를 금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경호처의 폭력 어디에도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제시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것은 없었다. 경호처의 자의적 판단,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소리를 들리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이 판단기준이었을 뿐이다.

노동자 장애인의 목소리 짓밟더니 국회의원까지


이번 대통령 경호처의 국회의원에 대한 폭력을 보며 박정희 군사독재시대의 차지철 경호실장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이번 일이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인 상황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번 국회의원에 대한 폭력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권 들어 경찰의 폭력과 인권침해가 심해졌다. 경찰 폭력을 부추기는 발언을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이 할수록 폭력의 강도와 빈도는 세졌다.

장애인들은 지하철 진입도 하기 전에 공공장소인 대합실에서조차 들려나오고 침묵시위조차 막힌다. 휠체어을 통째로 들어 끌어내는 장애인인권침해도 서슴치 않았다. 건설노동자들을 건폭으로 몰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시법에 따라 집회를 하는데도 사지가 들려나와 내팽겨쳐 다쳤다. 성소수자들이 집회신고를 하고 행진을 하려는데고 대통령실 앞이라고 불허를 냈다. 노동자와 서민들이, 인권활동가들이 경찰에게 끌려나온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심지어 문화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 행사에 항의하러 하자 김건희 영부인이 있다고 경호처가 또 예술인들의 사지를 들어 끌어내기도 했다. 노동자, 민중, 장애인, 성소수자, 예술인의 입을 틀어막았던 것이 이제 국회의원에까지 건 것일 뿐이다.

이제 더 이상 국회의원들은 내가 당하지 않았으니 상관없다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 나는 노조원이 아니니까. 나는 장애인이 아니니까. 나는 성소수자가 아니니까 하며 넘겨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후퇴, 표현의 자유 침해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나치의 학살은 침묵 속에서 가능했다.. 모두가 끌려나오기 전에 함께 싸우면 좋겠다. 국회의원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목소리 내어 행동하면 좋겠다. 나는 우리의 권리, 우리의 민주주의,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우리의 행동만이 되찾을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치시대 독일 니묄러라는 목사가 쓴 것으로 추정하는 시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침묵의 대가_ 마르틴 니묄러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다음 그들이 사회민주당원을 가뒀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다음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유대인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1955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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