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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CJ대한통운 2심 판결, 법원도 인정한 진짜 사장의 존재

법원이 ‘진짜 사장 나오라’는 노동자들의 손을 다시 들어줬다.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가짜 사장 말고,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진짜 사장의 존재와 책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24일 서울고등법원은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1심과 같이 판결했다. 이 사건은 아주 간단하다. CJ대한통운 소속으로 일한 택배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사측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노동법상 부당노동행위다. 노동위원회도 그렇게 판단했고, 행정소송에서 1심과 2심도 같은 판단이다. 즉 CJ대한통운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자신들이 아니라 해당 노동자와 계약을 맺은 대리점 등이 사용자라고 강변한다. 이는 단지 CJ대한통운만의 행태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간접고용이 만연하면서 노동자를 부려먹으면서 고용도, 안전도, 처우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기업, 특히 재벌대기업은 모두 ‘우리는 사장이 아니다’라고 합창했다. 그러나 그들이 지목하는 이른바 ‘바지사장’은, 그게 대리점장이든, 파견업체나 하청업체 사장이든 아무 권한도, 능력도 없다. 그래서 고용된 노동자는 있으나 고용한 사장은 없는 유령 같은 관계가 사회에 넘쳐나게 됐다. 이로 인한 병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업체가 폐업을 했다며 일자리를 잃어도 하소연할 곳도 없고,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위험하고 열악한 것뿐이다. 노조라도 만들어 처우개선을 하려 하면 업체는 문을 닫고 일자리가 사라지기 일쑤다. 노동3권과 근로기준법은 법전에는 있으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고용하고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진짜 사장을 사용자로 폭넓게 간주하는 것은 국민의 인간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사안이 됐다. 이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행하고 있기도 하다. 뒤늦게나마 법원이 법정신에 맞게 판결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가장 뒤처진 분야가 정치권이다. 바로 이런 취지를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포함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10여년의 노력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수포가 됐다. 언제까지 간접고용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모른척하고 기업 편만 들지 한심하다. 특히 최근 입만 열면 ‘격차해소’를 앵무새처럼 외치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 사회 최대의 격차,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무권리 상태를 붙잡고 있는 것은 불공정이고 비상식이다. 다가오는 총선의 결과가 적어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넘어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는 국회를 구성하는 것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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