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자의 질문이 두려운 대통령

새해를 여는 관행 가운데 하나였던 대통령 기자회견이 올해에도 열리지 않을 모양이다. 대통령실은 이달 중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사 중 한 곳과 신년대담을 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듯하다.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정치인'인 대통령의 의무다. 역대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가 정확히 몇 번이나 되는지는 집계하는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매우 활발하게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은 반면,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엔 어떤 기준으로도 20회를 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중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기자들의 질문을 꺼린 사람은 박근혜씨였다. 그는 단 3회만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제 임기 2년을 향해 가는 윤석열 대통령은 단 한 번 기자회견을 열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열었으니 벌써 1년 반 전이다. 물론 윤 대통령이 처음부터 언론을 피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도어스테핑'이라는 출근길 문답이 그것이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 대해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도어스테핑은 중단됐다. 불과 1년도 안 된 2022년 11월의 일이다.

말이 많다고 알려진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꺼리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질문이 두렵기 때문이다. '정치 공작'이니 '몰카 피해자'니 하는 말로 비켜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테다. 평소 보수 정권을 옹호해 온 이른바 보수언론들도 윤 대통령에겐 위안이 될 수 없다. 이미 주요 보수언론들은 윤 대통령 대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면초가가 된 윤 대통령으로선 아예 질문을 받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다.

대통령이 회견을 피하는 것에 비판이 집중되자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방송사와의 신년대담이다. 비교적 우호적이거나 혹은 만만한 방송사를 골라 정해진 질문과 대답만 주고 받겠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열을 올리고 있는 '토론 없는' 민생토론회가 꼭 그런 모양새다. 두려운 질문은 처음부터 빼놓은 대담이나, 미리 맞추어 놓은 대본대로 진행하는 토론이나 결국 국민을 놀리는 것이다. 그냥 자신의 입장만 죽 나열한 뒤 들어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기자의 질문이 이렇게 두렵다면 정치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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