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비례연합이냐, 권역별 병립형이냐...민주당의 두 갈래 길

현실·실리 의견 대립 팽팽...‘장고’ 이재명 31일 신년 기자회견서 입장 밝힐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01.26. ⓒ뉴시스

비례대표 선출 방식 최종 판단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하나는 재야·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초한 야권 연합’, 또 다른 하나는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언급으로 재조명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다. 의원들의 견해도 양 갈래로 나뉘어 팽팽한 가운데, 더 이상 결정을 늦출 수 없는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 전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진보 표 분산 막는 ‘연합선거’

26일, 민주당 의원 81명은 공동 입장문을 내 민주당이 범야권과 연합해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의 입장 발표는 앞서 지난 23일 정치개혁, 연합정치에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 각계 인사 230여 명이 제안한 ‘민주·개혁·진보 총선 대연합’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시민사회가 제안한 연합정치는 크게 지역구에서의 연합과 비례대표 후보 추천에서의 연합을 축으로 한다. 이를 민주당에 대입하면, 253석 지역구 선거에 있어 여권 후보와 범야권 후보 1대1 구도를 구축하기 위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끌고, 비례대표 선거는 군소정당에 당선권 순번을 양보하는 방식이다. 이때 비례대표 선거는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 유지를 기초로 한다.

이 같은 틀은 ‘윤석열 정권 심판’ 총선 구도를 명확히 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를 모두 야권 연합으로 치른다는 점에서 민주·진보진영 표의 분산을 막는 효과를 준다. 결집한 표심으로 여야 ‘박빙’ 지역을 야권 ‘우세’ 지역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찌감치 범야권 연합선거에 힘을 실은 민주당 인사는 이탄희, 우원식, 김두관 의원 등이 있다. 우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대선의 0.7%포인트 차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는 민주진영의 연대연합이 필수”라고 말했고, 이탄희 의원은 이날 ‘81명 공동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진영 분열의 명분을 주는 것이며,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고 강조했다.

홍익표 원내대표,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01.25. ⓒ뉴시스

국민의힘과 접점 최대치는 ‘권역별 병립형’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21일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꺼내 들어 유력한 선택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진보진영 원로 정치학자이기도 한 임 위원장은 전국을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 등 세 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되,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에 달하는 최대 15석을 3% 이상 득표한 소수정당의 몫으로 보장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임 위원장은 민주당이 대놓고 병립형 회귀를 택하는 건 “정치개혁 후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 명분이 없다는 점을 함께 설명했다.

민주당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힘을 실어 온 인물은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다. 김 실장은 “지역 균형과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식”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하고, 비례대표도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당원, 지지자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선거제도 협상 대상인 국민의힘은 일관되게 ‘병립형 비례제’를 선호하고 있다. 비례대표 출마용 ‘위성정당’ 부활도 불가피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여야 선거제 협상에 관해 “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 방지법 등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진전이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하는 쪽은 이러한 현실론을 고려하는 면도 있다. 국민의힘과의 협상이 고착한 상태에서 어차피 위성정당을 막지 못한다면, ‘권역별’ 조건을 추가해 병립형으로 함께 돌아가는 것이다. ‘지역구도 완화’ 이점을 살려 최대한 개혁 모양새를 갖추자는 건데,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지 않는 한 큰 효과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권역별 병립형을 전제로 지역구 후보자 중 일부를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입후보시키는 ‘이중 후보 등록제’와 임 위원장이 제시한 ‘소수정당 의석 보장’ 등이 보완책으로 나오지만, 국민의힘이 소수정당 몫 확대에 부정적이라 관철은 불투명하다.

결국 여야 합의가 도출된다면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은 권역별 병립형 회귀가 최대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복원을 일관되게 요청하고 있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할 경우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도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권역별 병립형에 대한 우려는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25일 YTN에 출연해 “‘호남은 무조건 민주당, 영남은 무조건 국민의힘’, 이 벽을 허물어뜨리자는 의도이기는 한데, 오히려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영입하는 게 목표라 본래의 의도와 그게(권역별 병립형이) 잘 맞는지에 대한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의회의 다양성, 국민 대표성, 표의 등가성(비례성) 보장이라는 비례대표 제도 도입 취지와 반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31일 신년 기자회견…선거제 입장 주목

4월 10일 총선일이 다가오며 민주당의 공천 심사 일정은 본격화됐고, 지도부는 비례대표 선거를 대비해 인재 영입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서둘러 정해야 한다는 점에 당내 이견은 없지만, 단일안 도출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내 이견이 있고 그것이 팽팽하면 아무리 지도부라 하더라도 한쪽 방향으로 정리하기가 그렇게 쉬운 건 아니”라며 “거짓말 안 보태고 팽팽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도부는 의원총회 난상토론 등을 거쳐 설 연휴 전 입장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해야 된다”며 “최대한 2월 초에는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종 결정권자인 이재명 대표는 오는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고 끝에 견해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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