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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윤 대통령 특활비·수의계약 감추려고 항소?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제일시장을 찾아 어묵을 맛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1.25. ⓒ뉴시스

지난 1월 11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80여일간(2022년 5월 10일부터 7월 29일까지) 사용한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와 그 기간에 체결된 수의계약 내역에 관한 정보공개소송 1심 판결이 선고됐다.

판결 내용을 보면, 특수활동비 지출 정보 중에서는 확인자(수령자) 이름만 빼고는 모두 공개하라는 취지이다. 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와 관련해서도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하라는 취지이다.

수의계약 내역의 경우에는 계약일자, 계약명, 업체명, 계약금액 등의 정보를 100% 공개하라는 내용의 판결이었다. 대통령비서실은 ‘경호 및 안전관리’ 등의 이유를 들어서 수의계약 내역이 비공개되어야 한다고 강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의 공사ㆍ용역·물품구입 수의계약 내역이 공개되더라도 “대통령의 경호 및 안전관리 등의 업무 수행에 현저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고, “정부의 예산 집행에 관한 정보는 감사원의 회계감사 및 국회의 국정감사 대상이고, 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계약의 체결 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관련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개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엉뚱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소송지연


이 정보공개 소송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권력감시 활동의 일환으로 제기된 것이었다. 뉴스타파 기자가 원고가 되고, 필자가 소송대리인이 되어 진행한 소송이다.

그런데 1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1년 5개월이나 걸렸다. 소장을 접수한 것이 2022년 8월 17일인데, 2024년 1월 11일에야 1심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그 이유는 대통령비서실의 어이없는 행태 때문이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특활비 검증 계획에 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집행된 부분에 대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 자료를 수령했다. 2023.06.23. ⓒ뉴시스

이 소송에서 대통령비서실은 2차례나 엉뚱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행태를 보였다.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하면, 재판부가 비공개로 자료를 열람ㆍ심사하는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다. 재판부만 자료를 직접 보고, 비공개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2차 변론기일인 2023년 5월 11일 대통령비서실은 예산집행과 관련된 자료 일부를 재판부에 비공개로 제출했다. 그런데 이날 대통령비서실이 제출한 예산 자료는 대통령비서실이 아니라 국가안보실 자료였다. 다행히 재판부가 변론기일에 어떤 자료가 제출됐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통령비서실이 엉뚱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을 필자가 감지하게 되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깜박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정부조직법상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별개의 조직이다. 그런데도, 대통령비서실이 엉뚱하게 국가안보실 자료를 제출한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비서실은 착오로 잘못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명이었다.

아무래도 ‘국가안보’와 관련되어 보이는 예산집행 자료는 법원이 비공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대통령비서실이 엉뚱한 자료를 제출한 것은 아닌지 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소송대상 기간외의 자료를 제출


우여곡절 끝에 1심 판결선고 날짜가 2023년 12월 7일로 잡혔다. 그런데 갑자기 판결선고가 연기되고 변론이 재개되었다. 나중에 이유를 보니, 대통령비서실이 재판부에 수의계약 내역을 비공개로 제출하면서, 소송대상이 된 기간(2023년 5월 10일 ~ 7월 29일)의 자료가 아닌 그 이후의 자료를 일부 제출했던 것이었다. 이것 역시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재판부가 다시 수의계약 내역을 제출받고 판결을 선고하느라 1개월 이상이 추가로 지연됐다. 이처럼 대통령비서실이 엉뚱한 자료를 제출하는 바람에 1심에만 1년 5개월이나 걸리게 된 것이다.

2019년 9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특활비 지출내역기록부에 검찰총장 사인을 확인할 수 있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독립 언론 뉴스타파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비서실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소송이 끝나지 않으면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소송의 피고인 대통령비서실이 자료를 더 이상 보관하지 않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송은 시간이 생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이전에 판결이 확정되어야 한다.

2월 1일이 항소시한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아직까지 대통령비서실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이 항소할 수 있는 시한은 2월 1일까지이다. 1월 11일에 판결이 선고됐지만, 대통령비서실이 판결문을 늦게 송달받는 바람에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인 항소시한이 늦춰진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이 항소를 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만약 항소한다면 시간을 끌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다.

물론 그런 점까지 예상하고 소송을 일찍 제기했던 것이다. 취임 이후 80일간의 자료에 대해서만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소송을 빨리 제기한 것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법원까지 확정판결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설령 대통령비서실이 항소한다고 해도 최대한 빨리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항소 여부에 관계없이 대통령비서실이 재판부에 엉뚱한 자료를 제출해서 소송을 지연시킨 행태는 나중에라도 반드시 짚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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