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정부가 주가 부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주가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일본 증시를 벤치마킹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수십 년째 해소되지 않는 한국 증시의 고질병이다. 올해에도 이런 현상은 지속돼 미국 S&P500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34년 만의 신기록을 달성하는 동안 코스피 지수는 7% 가까이 하락했다.
문제는 해결 방안이다. 정부는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에 경영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상장사들이 주주 친화적 경영을 펼치도록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일본의 주가 상승은 지난해 4월 도쿄 거래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대거 펼친 덕이다. 그리고 이런 효과가 발생한 이유는 일본 기업들의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4년 금융청(FSA)의 주도하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했고 이후 일본 공적연금(GPIF)과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이에 참여했다. 기관투자가들이 경영진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나선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1년 만에 일본 증시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인 상장사는 25%에서 33%로 폭증했다.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로 해외 투자자의 매수세가 대거 늘어난 때도 이 무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문재인 정권 시절이던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현 정권 세력은 연금사회주의 운운하며 비난하기 바빴다. 지금도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러니 주주총회나 이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실제 우리나라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비율은 0.4% 수준이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던진 주총 안건 800여 건 가운데 실제 부결된 안건은 고작 10건으로 1%를 조금 넘는다.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오너 일가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일본 따라 하기 정책을 펼친다 한들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진정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싶다면 오너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이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