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행 중인 중대재해법, 대상 축소하자는 정부·여당

내달 1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여당의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 처리 압박이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25일, 해당 법안은 여야 합의에 끝내 이르지 못해 처리가 불발됐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이를 또다시 강행하려고 하자 노동계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대재해법은 2021년에 제정돼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다만, 5~50인(억)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위한 준비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2년의 유예기간을 뒀고,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재계는 50인(억)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기간을 연장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했고, 정부·여당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어 2년을 더 유예하는 법 개정을 시도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법 적용을 앞둔 시점 뿐 아니라 이미 시행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적용 유예를 연장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오늘 국회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발언에 이어, 법안 처리가 무산된 다음날엔 “야당의 무책임한 행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확대가 “격차 해소에 위배된다”는 억지 논리까지 펼치며 적용 유예 연장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책임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 역시 일관되게 적용 유예를 요구하다 시행 후 ‘첫 영업일’엔 골목 음식점을 찾는 등 ‘동네 빵집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식의 공포 조장 행보를 이어갔다. 실제 음식 및 숙박업과 같은 골목 상권은 전체 사망사고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한 해 2천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현실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의지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소규모 사업장까지 점차 확대하고 기업의 책임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은 애초 제정 취지에도 부합한다. 제정 당시 확대 적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했다. 그런데 이미 시행 중인 법을 대통령과 여당이 막아보려 몸부림치고 있으니 참으로 볼썽사나운 일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처지가 걱정된다면 지금보다 더 지원하는 방안을 만들면 된다. 노동계에서는 이미 사업주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들을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적용 유예 연장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책 마련에 더 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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