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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아이유가 보여준 것들

아이유 신작 앨범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 ⓒEDAM 엔터테인먼트

최근 아이유가 계속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작은 신곡의 제목이었다. 미리 공개한 제목 ‘러브 윈즈(Love Wins)’는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구호였기 때문이다. 성소수자/페미니스트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곡 제목이 논란이 되자 아이유는 “혐오 없는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이기기를, 누구에게도 상처 되지 않고 이 곡의 의미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제목을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로 바꾸었다. 아이유가 평소 쌓아온 신중하고 사려 깊은 모습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질문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이유는 왜 ‘러브 윈즈’라는 구호를 곡 제목으로 가져왔을까. 그는 이 구호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지 전혀 몰랐을까. 알고도 쓴 건지, 모르고 쓴 건지. 만약 모르고 썼다면 곡을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았거나 평소 이미지만큼 사려 깊게 접근한 것은 아닐 수 있는데,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일이다.

논란은 이 정도로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러브 윈즈 올’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후 다시 논란이 이어졌다. 아이유와 뷔가 남녀주인공으로 등장한 뮤직비디오는 세기말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청각장애와 시각장애를 가진 두 사람은 큐브에 쫓겨 다닌다. 세기말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인데, 왜 아이유는 두 사람을 비장애인으로 설정하지 않고 장애인으로 설정했을까. 장애인으로 설정하면 두 사람의 상황과 사랑이 더 애틋하게 다가갈 거라 여겼을까. 소속사에서는 큐브가 세상의 혐오를 상징한다고 밝혔는데, 왜 두 사람은 세상의 혐오에 맞서 싸우지 않고 도망치는 이야기를 선택했을까.

IU 'Love wins all' MV

실제로 세상에는 세상의 혐오 때문에 숨는 이들이 있지만, 갈수록 혐오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장애는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육체/정신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을 정해놓는 사회의 편견 때문에 생긴다고 인식을 전환한 결과다. 이 같은 변화에 비하면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속 두 인물은 구시대적이고 패배적인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모든 작품 속의 인물들이 주체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동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이상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필요하다. 세상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차별적인지 보여주기 위해 부러 수동적이고 비주체적인 인물을 등장시키는 식인데, 뮤직비디오의 특성상 구체적인 표현이나 변화무쌍한 모습을 담기 어렵다 해도 뮤직비디오에서 남다른 의도를 충분히 담아냈다고 보기 어렵고,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해 장애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버릴 수 없다.

뮤직비디오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망치던 두 사람이 캠코더를 발견하고 찍어보는 신에서는 두 사람의 장애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디스토피아도 사라진 모습이 펼쳐진다. 이는 두 사람이 장애를 문제시하거나 비장애인 상태를 동경한다고 여기지 않으면 꿈꾸지 않았을 모습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했지만, 장애를 받아들이고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장애가 사라진 상태를 선망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하는 장면이다. 그동안 ‘러브 윈즈’ 구호를 앞세우며 활동해온 이들의 문제의식을 충분히 수용했다고 여길 수 없는, 모든 사람이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 이기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설정이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는 서사, 아이유가 손에 쥔 파이프를 뷔가 빼앗아 휘두르는 장면, 결국 큐브에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 결말 역시 이성애 중심적이거나 남성 중심적이고, 패배적이라고 비판할 여지가 있다. 문제가 되는 설정은 아니어도 부러 ‘러브 윈즈 올’이라는 제목을 정한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할 만큼 충분히 사려 깊거나 전복적이지 않은 이야기다. 온라인에서 장애/성소수자 정체성과 삶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비판이 이어진 이유다. 그럼에도 곡의 유튜브 조회수는 3,285만 뷰에 이르고, 온라인 음악서비스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유의 신곡이니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이번 논란은 시간이 흐르면 잊히는 수많은 논란 가운데 하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아이유가 의도적으로 장애인을 폄하하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을 리 없고, 창작자의 의도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안될 일이지만, 아이유 정도의 톱스타 예술가가 충분한 인권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보기 어려운 모습은 문제적이기 때문이다.

아이유 '러브 윈스 올' 뮤직비디오 속 아이유와 뷔(V ⓒEDAM 엔터테인먼트

한국에서 대중예술가는 딴따라라고 하대해왔고, 외모와 재능만 가진 존재처럼 여겨졌으며, 사회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다행히 2000년대 이후에는 사회적 발언을 하고 행동하는 예술가가 늘어났다. 그들을 ‘개념예술가’라고 칭송하는 경향도 있다. 그럼에도 그 개념 안에 성차별, 성소수자, 장애 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충분하지 않다. 정상성 이데올로기가 막강한 한국사회에서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재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해 폄하하거나 차별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활동할 때는 논란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도 활동하는 경우 논란 정도로 정리할 수 없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아이유의 신곡 제목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확인하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유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인이 사랑을 주제로 한 음악을 발표했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정체성과 지향을 가진 존재를 충분히 존중하며 포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물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인식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물론 아이유는 선의를 가지고 작업했겠지만 중요한 것은 창작자의 선의가 아니다. 선의를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차별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세상의 누구도 아이유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고, 이번 논란에서 아이유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이도 없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예술가가 나이브할 뿐 섬세한 인식과 폭넓은 교양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 사회적 질문과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할 때다. 대중예술가는 수려한 외모와 빼어난 기량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술은 자신에 대한 천착과 정직함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예술가에게 많은 경험과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예술은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아이유가 남다른 예술가로 존중받은 이유도 이 같은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은데, 이번 논란은 아이유에 대한 호평이 이미지 메이킹 결과였을지 모른다는 추측까지 가능하게 한다.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주체가 아이유 개인이 아니라 회사라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아이유의 신작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확인하는 것은 한 유명 예술가의 진면목보다 편협하고 무지하면서도 그런 줄 몰랐던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 질문하고, 불평등과 성차별을 노래하고 쓰고 찍는 예술가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바뀌지 않은 고루한 상식이 드러난 사건.
그래서 이번 논란이 던진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고 싶다. 이것이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다른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직접 창작을 수행하거나,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담은 작품이 늘어가는 시대에는 대중예술가들도 관심의 폭을 넓히고 문제의식을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한국 사회는 대중예술가에 대한 기준을 너무 낮게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들의 창작과 발언에 대해 너무 관대하거나 반대로 그들을 편협하고 가혹하게 억압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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