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발사주’ 현직 검사장, 징역 1년 판결의 의미

'고발사주' 혐의를 받아온 현직 검사장이 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이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야당 정치인에게 사주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은 손준성 검사장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있으면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등을 검찰 출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정황상 피고인이 각 텔레그램 메시지를 김웅 의원에게 전송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서 "최소한 공직선거법 위반 범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결합이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손 검사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증거 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정치에 개입한 것은 분명하다고 판시한 셈이다.

비록 1심이긴 하지만 고발사주 사건의 실체가 인정되고, 손 검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선거개입 의도도 인정됐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직접 정치에 개입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검찰은 노골적으로 손 검사장 감싸기에 나섰다. 손 검사장은 대검찰청 감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심지어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찰은 공범이라고 할 김웅 의원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가 없었다면 손 검사장이 기소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손 검사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건 아니다. 손 검사장이 전달한 고발장에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피해자로 적시되어 있었다. 손 검사장이 이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단독으로 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손 검사장 등이 완강하게 입을 다물어 공수처조차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

관련자들이 모두 현 정부의 기세등등한 권력자들이니 앞으로도 당분간 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 보여도 하나도 놓치는 것이 없다고 했다. 누구도 영원히 '하늘의 그물'을 피해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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