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ASA 달 탐사 공동참여 무산, 정부는 상임위에 예산 보고도 안 했다

과기부의 “노력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 반영되지 않았다” 해명, 사실상 ‘거짓’

아폴로 15호는 1971년 NASA의 아폴로 계획에 의해 발사된 유인우주선이다. 이 사진은 조종사 제임스 어윈이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을 결합한 것으로, 사령관 데이비드 스콧이 몸을 기울여 드릴을 내려놓고 있다. ⓒ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의 달 탐사 프로젝트 참여 예산과 관련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해명은 사실상 책임회피를 위한 거짓해명이었다.

과기부는 지난 26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정부는 NASA의 아르테미스 2호 임무 참여 제안을 거절한 바 없다”면서, ‘70억원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NASA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과기부는 이 설명자료에서 “동 임무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관계 연구기관, 기업 등과 신속히 소통하여 방안을 마련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 추가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면서도 “촉박한 일정에 따른 위험 등을 고려하여 국회 심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NASA의 제안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국회가 예산을 편성해주지 않는 바람에 무산됐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하지만 민중의소리 취재결과, 이는 거짓해명에 가까웠다.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과기부는 충분히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지난해 11월 상임위 예산심사 과정에서 담당 상임위인 과방위에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참여에 필요한 예산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NASA 측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한 뒤인 11월 1일부터 14일까지 과방위 예산심사가 이루어졌지만, 1·9·10·13·14일 과방위 예산결산심사소위 회의록을 보아도 과기부는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제안에 관한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해당 사업 담당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과 조성경 차관이 출석한 11월 10일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도 해당 사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과기부에 따르면, NASA는 9월 30일부터 10월 초중순 경 우리나라에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2호’ 참여를 제안했다. 아르테미스 2호에 우리나라의 큐브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특별히 참여 비용이 발생하는 일은 아니었다. 아르테미스 2호 여유 공간에 맞는 탑재체와 큐브위성을 개발·제작하기 위한 예산만 필요했다. 과기부는 관계기관 회의를 거쳐 70억원의 소요예산을 도출했다. 이어 과기부는 한국천문연구원과 민간기업과 협의하여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운 뒤 11월 1일 참여의향서를 NASA 측에 제출했다.

과방위 예산심사는 그 이후 이루어졌다. 이미 필요한 예산까지 도출해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뒤 과방위 예산심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정부가 과방위에 예산 편성을 요구할 수 있었던 시간은 충분했던 셈이다.

과방위 예산심사 일정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2022년 6월 14일 플로리다에 있는 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찍힌 사진이다. 이동식 발사대 꼭대기에 있는 아르테미스 1호 발사 시스템과 오리온 우주선이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NASA

당시 국회는 과학계 R&D 예산 삭감 논란으로 여야가 대립할 때였다. 정부·여당은 R&D 예산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잡은 상태였고, 야당은 정부가 과도하게 삭감한 분야의 예산을 복원하겠다고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과기부가 정말 예산을 확보하려고 했다면, 예산 확보에 의지가 있는 야당을 찾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실은 과기부로부터 해당 사업에 관한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 조승래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에 설명한 적 없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들도 당시 NASA 측으로부터 해당 사업을 제안받았다는 사실조차 보고받지 못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상임위 예산결산심사소위 때는 보고조차 없던 안이 상임위 예산심사 이후 작성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심사 문건에는 국민의힘 김영식·임병헌 예결위원 명의로 기록돼 있다. 김영식 위원은 과방위원이기도 하다.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안 된 사안이 갑자기 종합심사에 올라왔기 때문에 반영될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예산 확보에 의지가 있었다면,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보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상임위 예산심사가 다 끝난 뒤에야 “예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형식적인 기록만 남겨둔 것이다. 과기부는 이 기록을 근거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 안 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NASA의 달 탐사 참여 예산 확보는 결국 흐지부지됐다. 예산이 없으니 참여는 무산됐다. 조승래 의원실 관계자는 “과기부가 상임위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 과방위 심사 때 증액 소요를 제기하고, 여야가 협조해서 그걸 상임위 심사 결과로 채택했다면, 사업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참여가 무산된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이름은 ‘아르테미스’다. 아르테미스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무인 우주선을 쏘아 올려 달의 궤도를 돌고 오는 첫 번째 임무인 ‘아르테미스 1호’는 2022년에 이루어졌다. 이번에 우리나라의 참여가 무산된 프로젝트는 2025년 9월에 예정된 아르테미스 2호다.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비행사를 우주선에 태워 달의 궤도를 돌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2026년 9월에 유인 우주선의 달 착륙을 목표로 한 아르테미스 3호가 진행될 예정이고, 2028년에는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에 사람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4호가 진행된다.

NASA의 아르테미스 4호 임무는 달 궤도를 도는 인류 최초의 우주 정거장을 만드는 일이다. ⓒNASA

아르테미스 2호 참여 무산에 학계와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황정아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스페이스 헤리티지’(Space Heritage)라는 말이 있다”라며 “우주 업계에서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 헤리티지’란 우주로 내보낸 경험을 의미한다. 우주로 보낸 제품이 정상적으로 가동했음을 증명하는 일종의 이력으로, 이 이력이 있고 없음은 하늘과 땅 차이다. 경험이 많은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자격조건인 것이다. 황 책임연구원은 “국내의 작은 기업들이 우주까지 가본 경험을, 그것도 달까지 가본 경험을 쌓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회사 입장에서는 ‘나사’ 하나라도 집어넣고 싶을 것”이라며, 그 절실함을 표현했다.

또 NASA가 쏘아 올리는 유인 우주선에 한국천문연구원과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한 탑재체와 큐브위성이 들어간다면, “유일무이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황 책임연구원은 설명했다. 지구에서는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지만, 지구를 벗어나면 우주방사선이 생명체와 인간이 만든 기계를 파괴한다. 이 우주방사선에 관한 데이터는 우주로 나가기 위한 필수 요소다. 다른 나라로부터 공유받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되도록 반복해서 여러 번 측정해야만 하는 것이기에, 귀중하다. 황 책임연구원은 “달의 방사선을 고도별로 측정하는 최초의 데이터가 될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귀중한 기회를 정권의 눈치를 보다가 놓친 것이다.

민중의소리는 과기부의 설명을 듣기 위해 거대공공연구정책관 뉴스페이스정책팀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A 대학교수는 “과기부 입장에서는 열심히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정부 분위기에서는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 증액에 적극적인 야당에라도 찾아갔다가 큰일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