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녹색전환을 한다고요?] 기후동행카드 도입, 승용차와 결별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지난 1월 27일부터 서울시의 6만5천 원 한 달 정액권인 기후동행카드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단 며칠 만에 26만 장이 판매되어 ‘흥행 돌풍’을 일으킨다고 소개된다. 결코 싼 가격이 아닌데도 짧은 기간에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이동 비용은 부담이 되었다는 얘기다. 고물가 시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지원 정책이 절실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전국 최초로 선보이는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라고 소개한다. 버스, 지하철, 자전거를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 수단 통합은 되었지만, 지역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 김포, 군포시가 참여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매일 서울로 통근, 통학을 하는 125만5천 명의 경기도민은(인구주택총조사, 2020) 당장 볼멘소리부터 나온다. 이용자들의 패턴을 고려해서 수도권을 통합했더라면 더 좋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중앙부처나 많은 지자체가 기후위기와 관련된 교통 정책을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으로 내세우는 현실에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이 이토록 주목을 받는다니 반갑지만, 지금 제도만으로 얼마나 효과가 날지 우려가 되는 점을 정리해 본다.

27일부터 서울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시작됐다. ⓒ뉴시스

6만5천 원, 가격 인센티브 효과 적어

우선 6만 5천 원 가격이 문제다. 이미 잘 알려진 독일의 9유로 티켓보다 더 먼저 ‘기후티켓’을 시행한 오스트리아 기후환경 장관 레오노어 게베슬러(Leonore Gewessler)은 이런 정책이 성공하려면 충분한 가격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뿐 아니라 승용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으로 전환하게 하려면 아주 저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민이 월평균 7만1천 원 정도를 대중교통에 사용한다고 하니 6만5천 원으로는 할인율이 크지 않다. 적정한 할인율과 마련 가능한 재정 수준을 두고 결정해야 할 텐데, 서울시는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인상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오히려 1월 중순부터 남산터널의 외곽방향 혼잡통행료를 폐지했다. 외곽방향에 대해서는 효과가 미비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폐지 결정을 앞두고 실험을 벌인 결과 외곽방향을 폐지했을 때는 시내 방향보다 차량속도 감소율이 적을 뿐이었지, 차량 속도가 분명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혼잡통행료 도입 당시 혼잡통행료 2천 원은 자장면 한 그릇 값과 비슷했다고 하니, 혼잡통행료를 오히려 올려서 기존 150억 원의 서울시 수입을 늘려서 대중교통에 투자할 수 있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지자체와 중앙부처 간 교통카드 정책 경쟁을 촉발했다. 국토교통부는 K-패스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액제는 아닌 알뜰교통카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환급받는 형식이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이 K-패스에 지역색을 더해서 각 지자체 정액권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다 보니 시민은 일일이 혜택을 확인하고, 할인율을 계산해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에서 49유로 티켓이 성공할 수 있던 요인은 기존의 복잡한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단순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지역별, 거리별 요금제가 다양해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파악하는 일이 ‘요금고시’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러다가 9유로 티켓 성공 이후 49유로 티켓이 전국적으로 도입되니, 시민들 입장에서는 묻고 따질 것 없이 49유로 티켓을 선택할 수 있었다. 더 넓은 지역에서 통합 체계가 시행되어야 확산이 쉽다.

요금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운행 횟수 늘어나야

또, 요금체계 전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추가적인 대중교통 확대가 시급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대중교통 정액권 제도는 기존 노선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을 다니다 보면 대중교통량이 많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충남 도시에서 옆 도인 충북으로 이동하려고 할 때 서울을 거치는 게 빠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하철 없이 열차도 열악하고, 버스 노선이 지역의 도시계획이 반영이 안 되어서 가려는 곳에 노선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비수도권 지역 시민들은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서울의 1인당 교통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0.8톤인데 비해, 제주는 3.7톤, 충북은 2.9톤에 달한다(환경정의, 2022).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을 선택할 권리도 없이 자가용을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로 대중교통 정류장 수가 다르다. 마을버스와 자전거로 지하철과 버스의 빈자리를 촘촘하게 채워야 하는 이유다. 대중교통 인프라 투자로 노선 수와 운행 횟수가 늘어나고 대중교통 수단별 연결성이 향상되어야 승용차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 무상교통을 전면 또는 일부 도입한 신안군, 청송군 지역 사례만 봐도 노선의 확대 없이는 대중교통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중교통 노선이 늘어나거나 운행회수가 증가하면 대중교통 서비스도 향상되고 만족도도 늘어난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지금도 만원인 구간에서는 버스, 지하철 사용자가 늘어나는 게 마냥 좋을 수 없다. 혼잡도가 늘어나서 대중교통 만족도가 떨어지면 다시 대중교통을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투자 확대는 미룰 일이 아니다. 노인 무임승차를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가 아닌 ‘적자’의 원인으로 바라보는 관점부터 변해야 할 것이다.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기후복지 차원에서 예산을 더 늘려야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에 401억 원 예산을 책정했고, 국토교통부는 K-패스 이용자를 전국에 180만 명으로 추정하고 734억 원 예산을 편성했다. 최근 하루 전국의 대중교통 이용자가 약 90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전체 이용자의 20% 수준으로 너무 적은 수를 추정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중앙정부의 교통 예산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항 건설 및 관리 예산은 35배 증가했고, 도로 예산도 여전히 증가세로 4조 원을 넘어섰다.(중앙정부 교통예산 분석과 시사점, 사회공공연구원, 2024) 기후위기 시대, 고물가 시대에 넘쳐나는 도로 건설을 줄이고 대중교통 예산을 늘려야 할 때다.

재정 협의를 하는 과정도 염려가 된다. 만약 기후동행카드가 지금처럼 계속 인기가 많아 이용자들이 많았지만 준비한 예산이 소진된다. 이럴 경우 서울시는 버스, 지하철 운영기관과 반씩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적자 상태이고 서울시내 버스는 준공영제 방식이라 운송수입이 줄어드는 업계에서 이 정책에 적극 참여한다는 보장이 없다. 애초에 수도권 다른 지자체나 코레일과 협의를 하지 않고 지자체장이 이 이슈를 먼저 선점하기 위해 나섰는데, 앞으로 과정에서도 똑같이 정치적인 셈법을 작동한다면 지자체 간의 재정부담 협상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후동행카드 시행 첫날인 1월 27일 토요일 기후동행카드 사용 건수는 7만 건, 30일(화)에는 16만 건을 기록했다. 서울시 하루 대중교통 이용 건수는 주말에 751만 건, 평일은 1,053만 건이라고 하니, 아직은 전체 이용량 중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이용자 수와 비율도 중요하지만 더 집중해서 봐야할 것은 시민들의 만족도, 승용차 전환율, 인프라 투자 여건 등이다. 이번 기회에 승용차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서울시에서는 기후동행카드 모니터링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독일에서는 800여명의 패널 조사와 20만 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거쳐서, 이용자의 20%가 9유로 티켓 도입으로 대중교통을 처음 이용했다는 효과를 보여주었다는 것을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30분 출퇴근 시대를 이루겠다며 GTX 추가 건설을 약속했다. 서울로 얼마나 더 빨리가느냐를 둔 속도 경쟁을 부추기고 서울 중심주의를 강화하게 된다.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무기력하게 느껴질 정도로 성장과 속도 경쟁에 여념이 없다. 그렇지만 가장 더운 한 해를 기록한 2023년을 막 보낸 지금,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성장과 속도에서 경쟁하던 시대를 한참을 보낸 인류가 맞닥뜨린 상황이 기후위기라는 사실을.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력과 연대의 정신이 있어야 함을 다시 상기할 때다. 지금은 서울로 향하는 열차를 만들 때가 아니라 서울로 통근, 통학을 하지 않는 사람까지, 지역에 정주하려는 사람들, 고령자와 장애인 등 모두를 위한 이동 정책이 필요한 때다. 기후동행카드 등장을 기점으로 부처 간, 지역 간 경쟁을 넘어 더 많은 투자로 전국적인 대중교통 혁명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승용차를 두고 지하철을, 버스를, 자전거를 타야 할 때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