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실, ‘사단장 과실치사’ 장관 결재 후 해병대사령관과 5차례 통화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1.06. ⓒ뉴시스

대통령실(국가안보실)이 작년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결재가 이뤄진 이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5차례나 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5일 ‘민중의소리’가 확인한 통화기록에 따르면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현 국방대학교 총장)은 7월 30일 오후 6시와 6시 15분에 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했다. 6시엔 임 전 비서관 발신으로 20초 정도 통화가 이뤄졌고, 6시 15분에는 김 사령관 발신으로 4분 17초 동안 비교적 긴 통화를 나눴다.

임 전 비서관과 김 사령관의 통화 전후로 안보실에 파견돼 있던 김형래 대령 역시 김 사령관과 총 세 차례 통화를 했다. 각각 오후 5시 51분, 5시 59분, 6시 21분이었다.

이날 안보실과 김 사령관의 모든 통화는 5시 51분부터 6시 21분 사이에 있었다. 불과 30분 동안 다섯 차례 통화가 이뤄졌는데, 이는 매우 급박하게 용무를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해당 통화 시점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이 전 장관에게 수사 결과 보고를 하고, 이 전 장관의 결재를 받은 지 불과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결재 시점은 오후 4시에서 4시 30분 사이였다. 당시 이 전 장관이 결재한 수사 결과 보고에는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장성급 간부들에게도 채 상병 사망 사고의 안전관리 책임이 있으며, 이들 포함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전 사단장이 이첩 대상에 포함됐다는 보고가 이뤄진 이후 안보실과 김 사령관 사이에 급박하게 연락이 오갔다는 점에서, 수사 내용과 관련한 대화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안보실에서 박 대령에게 장관 결재본을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박 대령이 이를 거부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박 대령이 안보실의 장관 결재본 송부 요구에 불응하자, 김 사령관은 직접 박 대령에게 장관 결재본 대신 언론브리핑 자료라도 보내주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언론브리핑 자료를 안보실에 보내주라고 지시한 시점은 안보실 사람들과 통화한 직후인 6시 22분이었다. 박 대령이 응하지 않자, 안보실이 김 사령관을 통해 수사 자료를 입수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후에 벌어진 상황 전개도 수상하다. 임기훈 전 비서관은 다음 날인 7월 31일 오전 9시 53분에 김 사령관과 한 차례 더 통화를 했는데, 이때는 윤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리기 전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안보실로부터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연결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방부 장관은 김계환 사령관에게 출장에서 복귀하기 전까지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박정훈 대령은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는 취지의 내용을 수차례 전달받았다.

8월 2일에는 임종득 당시 안보실 2차장이 김 사령관과 두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은 박 대령이 윗선의 지시를 거부하고 경북경찰청에 사건 이첩을 강행했다가 국방부 지시로 군검찰이 이를 다수 회수한 날이다.

국방부 장관의 결재부터, 이를 번복한 이첩 보류 지시, 박 대령의 이첩 강행, 국방부의 회수 지시, 군검찰의 회수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 안보실과 김 사령관의 통화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군검찰은 박 대령을 항명죄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안보실과 김계환 사령관의 수차례 통화기록을 확인했음에도, 통화 경위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또한 군사법원에는 안보실 사람들의 이름이 지워진 통화기록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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