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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적폐 되살린 윤 대통령 사면, 끔찍한 권력 사유화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국정농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댓글공작’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언론인 탄압’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까지 그야말로 ‘적폐’의 중심에 있던 이명박·박근혜 시절 인물들을 되살려 놓았다. 대통령 특사 단골 손님인 재벌 총수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야권 정치인은 3명에 불과한 데다 주요 인사들은 포함돼 있지도 않다. 원칙도 상식도 없을뿐더러 지독할 정도로 편향돼 있다.

이번 사면복권의 전체 대상 980명 중 고위공직자는 24명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인물과 단체들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으로 지난달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은 상태였다. 김관진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댓글공작을 지시해 2012년 총선과 대선 전후에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었다. ‘국정원 댓글 공작’ 혐의로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았던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경찰 댓글 공작’ 사건에 연루된 서천호 전 부산경찰청장도 대상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김대열, 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도 사면됐다.

언론인들의 노조 활동을 탄압했던 인사들도 대거 사면복권됐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은 노조 활동을 한 기자와 피디 등을 비제작 부서로 발령 내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안광한 전 사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사면복권됐다. 백종문, 권재홍 전 MBC 부사장도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대부분 윤 대통령 자신이 검찰에 있으면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해 기소한 이들이다. 그때는 정의를 구현하는 사도를 자처하더니 그를 배경 삼아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그 어떤 설명도 없이 그들을 사면해 버렸다. ‘적폐청산’ 수사는 국민 대다수가 거리로 나섰던 촛불항쟁의 결과였다. 어느 국민이 그들을 용서하는데 동의했는가. 아무리 사면권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해도 국민 의사에 반하는 ‘독단적 용서’ 권한까지 있는지 되묻고 싶다.

게다가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장기간 쌓아 놓은 능력으로 국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무슨 능력을 말하는 것인가. 정부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탄압하고, 언론인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공권력을 동원해 댓글공작을 벌이고 민간인을 사찰하는 것이 과연 ‘국가 사회에 기여할 능력’이라는 것인가. 심지어 상당수 인사들을 ‘복권’시켜 이번 총선에 출마도 가능하게 해줬다. 한마디로 ‘적폐 회귀 사면복권’이다.

이번 사면 복권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제기된다. 사면복권은 형이 확정돼야 받을 수 있는데 사면 결정을 앞두고 줄줄이 상고를 취하했다. 김 전 장관은 선고 이후 재상고를 했다가 이달 1일 갑자기 취하했고,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후 재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국군기무사 참모장 2명도 최근 상고를 포기, 취하했다.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상고를 포기하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사전에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정보를 알게 돼 서둘러 형을 확정 지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짬짜미 사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특사는 임기 중 네 번째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줄줄이 사면복권 됐고 이번에도 포함됐다. 반면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야권 인사들은 계속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지난 대통령들이 ‘국민 통합’을 내걸며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라도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사면을 단행하고 있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은 이미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됐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형이 확정된 지 석 달 만에 사면복권해줘 여당 후보로 나서게 했다가 참패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다고 이런 식의 사면복권을 또 단행하는지, 대통령은 총선까지 참패해 봐야 민심이 무서움을 알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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