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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음악을 잘하는 비결

음악 ⓒpixabay

음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음악인이 음악을 잘할까. 계속 품고 있는 질문이다. 음악을 평가하는 게 일이다 보니 언젠가부터 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심사할 때면 다 합격시키고 싶고, 다 상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으로 고민하게 된다. 도전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음악인에게 감히 조언해주고 싶을 때가 있고, 만약 비법과 묘수가 있다면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때도 많다. 공모/경연사업에 응모하는 음악인 중에 열심히 하지 않는 이가 없고, 계속 음악을 하고 있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왜 누군가는 음악을 잘하고 누군가는 잘하지 못할까.

음악을 하고 있지 않고, 음악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기 조심스럽다. 우선 음악을 잘하려면 몇 가지 필요한 게 있다는 이야기에 다들 동의하지 않을까. 그 가운데 순서와 우열이 있진 않지만, 타고난 재능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노력한다고 모든 사람이 좋은 음악인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인은 계속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계속 노력한다 해서 누구나 좋은 음악인이 될 순 없다. 사람은 타고난 재능이 조금씩 다르다. 아무리 연습해도 모두가 손흥민이 되지 못하고 이효리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자신에게 맞는 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우선이다.

다행히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 재능을 일찍 찾아낸다면 좋은 음악을 선보일 가능성이 커지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감각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감각은 좋은 음악을 알아보는 능력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알아차리는 감각, 남다른 음악을 알아차리는 감각이다. 음악에 대한 높은 기준과 심미안을 갖는 일이다.

음악 작업하는 뮤지션 (자료사진) ⓒpixabay

좋은 감각이 중요한 이유는 그 감각이 자신의 기준이자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음악인들은 대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반하면서 음악에 빠져들고, 그 음악을 닮으려 애쓰면서 음악인으로 성장한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 음악의 정서와 무드와 완성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좋은 음악을 알아보고 기준으로 삼는 감각이 중요하다. 깊이가 부족한 음악, 철학이 없는 음악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좋은 음악을 만들지 못한다. 좋은 음악을 알아보지 못하는 감각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요즘에는 회사에서 음악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 그렇게만 음악을 하지는 못한다.

좋은 음악은 대중적인 음악일 수도 있고, 새로운 음악일 수도 있다. 대중적이면서 새로운 음악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물론 대중적인 곡이 다 좋은 음악은 아니다. 요즘에는 취향이 가장 중요한 기준처럼 여겨지지만 취향은 취향일 뿐이다. 좋은 감각을 지닌 사람은 취향과 무관하게 좋은 음악을 알아챈다. 감각도 타고난 재능의 일부일 수 있는데, 좋은 감각을 가진 이들은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귀신같이 좋은 작품을 알아차린다. 어떤 음악이 구리거나 빼어난지 감각적으로 분별한다. 음악을 많이 듣고 공연을 자주 보더라도 좋은 음악을 알아차리는 감각이 생기지 않는다면 음악적 재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충 살면서 좋은 감각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좋은 감각을 가진 이들은 계속 다양한 음악을 듣고 예술을 체험하면서 감각을 갈고 닦는다. 인풋이 없이는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다. 계속 듣고 보고 느껴야 한다. 꾸준히 국내외의 새로운 음악을 듣고, 명반을 듣는 이유는 좋은 감각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다. 좋아하는 장르만 듣거나 옛 음악만 듣거나 새로운 음악만 들어서는 곤란하다. 과거와 현재의 음악을 고르게 수용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음악의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해 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지향과 표현이 어떤 시대와 장르와 어법에 가까운지 인지할 수 있다. 좋은 감각을 지닌 이들은 옛 음악이라고 낡았다 여기지 않고, 다른 장르이거나 새 음악이라고 낯설어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그들은 열린 마음으로 날마다 음악의 데이터베이스를 쌓고, 다른 이들의 감각을 흡수하면서 자신의 감각을 갈고 닦는다. 감각을 싱싱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성실한 연습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두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실망스러운 음악을 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다. 음악인의 삶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평생 이 일을 반복하는 것 아닐까. 이것이 음악을 잘하는 비결 아닐까.

기타 연주 장면 ⓒpixabay

분명 재능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재능이 소진되어 버렸거나, 재능이 소진되었는데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감각이 낡아버린 탓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감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애쓰지 않았거나, 거기까지가 타고난 재능의 최대치였을 수 있다. 자신의 감각에 대한 신뢰가 너무 높기 때문에 자신의 감각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존의 인기로 인해 주위의 냉정한 반응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맑은 유리창이 흐려지듯 고루하고 천편일률적인 결과물만 내놓게 된다.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작업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자신이 아무리 실력 있다 자부하고, 함께 음악을 해온 이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오래 작업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사람이다. 자신의 음악을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해줄 수 있는 사람, 다른 장점을 찾아내주는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일은 자신의 감각을 보완하거나 변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자긍심이 넘쳐 아집이 되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며 작업하는 과정이 번거롭다며 거부한다면 뻔한 결과물만 내놓는 예술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도전정신과 포용력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평생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음악인으로 사는 일, 예민하고 자유로우며 좋은 감각을 유지하는 음악인으로 사는 일은 이처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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