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촬영자가) 시계에 몰카까지 들고 왔으니 공작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나서 이걸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7일 밤 KBS 1TV에서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여당에서는 정치공작이라고 하면서 김 여사가 희생자라고 주장하는데, 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명품가방 공여자가 김 여사에게 접근한 방식도 문제 삼았다. 그는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동향이고 친분 이야기를 하면서”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치공작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박절하게까지야 누구를 대해선 안 되겠지만 조금 더 분명하게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그어가면서 처신을 해야겠다는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이 본질적으로는 김 여사가 정치공작에 의한 피해를 입은 것이고, 김 여사의 수수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단순한 ‘처신’의 문제로 축소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시점이 관저에 입주하기 전이라는 점을 근거로, 불가피하게 경호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일단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 일인데, 서초동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검색기를 설치할 수 없었고, 그걸 설치하면 복도가 다 막혀서 주민들 불편을 주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각종 배우자 리스크 예방 방편 중 하나로 “제2부속실을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이은 얘기는 ‘제2부속실이 무슨 소용 있겠냐’는 취지였다.
윤 대통령은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에는 (제2부속실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하고 자꾸 오겠다 하면서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면 제2부속실이 있더라도 막지 못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앵커의 질문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뉘앙스였다. 앵커는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을 김 여사 앞에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몰카를 착용한 전자기기를 갖고 어떻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의전과 경호의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사람들이 가장 먼저 했다” 등을 강조하며 질문을 했다. 윤 대통령과 앵커는 서로 ‘명품’이라는 표현 자체도 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받은 행위 자체에 대한 사과는 물론, 이와 관련한 법적 논란, 명품가방을 어떤 절차로 처리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기를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또 낳을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도 있다”며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건과 관련해 해명의 덫에 빠지는 상황을 염려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대담에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있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질답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