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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질문도, 대답도 참담했던 윤 대통령의 KBS 대담

7일 밤 윤석열 대통령과 KBS의 특별대담이 녹화방송됐다. 질문은 어이없었고, 답변은 더욱 가관이었다. 시청한 국민들이 얻은 것이라곤 윤 대통령이 왜 그렇게 언론을 피하고,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과 KBS 특별대담이 주목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때문이다. 현직 영부인이 고가의 선물을 거침없이 받는 장면이 촬영된 것은 세계 정치사에도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영상이 공개되고 분노한 여론이 빗발쳤지만 두 달이 넘도록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성의있는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아예 ‘몰카 공작’이라며 초점 흐리기에 나섰다. 결국 이 사건 대응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 간에 파열음이 났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논란까지 벌어진 마당이다.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시계에 몰카까지 들고 온 공작”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의 행동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나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어렵다”거나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안일한 인식을 보였다. 유감 표명은커녕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다”거나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해야 될 것 같다”는 언급에 그쳤다. 이쯤 되면 명품가방을 버젓이 받은 김 여사가 아니라 이를 “오해”하고 “불안”해하고 “걱정”한 국민이 잘못이지 싶다.

이날 특별대담은 명품가방 수수 문제를 둔 원포인트 대담이었다. 다른 질문과 답변은 익히 알던 평이한 내용이기도 했고, 대통령실이 고심 끝에 기자회견을 포기하고 KBS와의 대담 녹화방송이라는 낯선 형식을 취한 것도 명품가방 수수 이슈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괜한 일에 걱정하고 오해하지 말라고 답한 셈이다.

대담 내내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KBS의 초라한 모습이다. 공영방송 앵커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이죠”라며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앞에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가 됐다”고 말할 때, 국민들은 KBS와 언론자유가 얼마나 추락해는지 재확인했다. 공영방송이 아니라 대통령실에서 만든 영상이 아니냐는 실소가 나올 만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윤 대통령은 국민 여론 대신 부인 편에 서기로 했음을 알렸다.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던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선택은 무엇일지 자못 궁금하다. 윤 대통령 부부, 그리고 한동훈 위원장의 선택에 대한 국민의 대답은 목련이 질 때쯤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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