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김건희 명품가방’을 명절 최대 이슈로 키웠다

KBS와 대담 중인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KBS 대담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건을 김 여사의 ‘처신’의 문제로 축소함과 동시에 정치공작 피해를 받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들의 비판이 일제히 쏟아졌고 여론의 공감대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주요 보수 일간지들도 윤 대통령의 ‘김건희 명품가방’ 관련 입장이 미흡하다고 비판할 정도다.

이번 대담은 사실상 ‘김건희 명품가방’ 문제를 염두에 둔 사실상의 ‘원포인트 대담’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국정 현안 전반을 다뤘다고는 하나, 대부분 윤 대통령이 그동안 밝혀온 입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특별히 심도 있게 파고든 것도 아니었다. ‘특별대담’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전반적인 질문과 답변 내용은 수준 미달이었고, 초미의 관심사인 ‘김건희 명품가방’에 대한 질답은 대중들의 반감에 오히려 더욱 불을 지폈다. 최소한의 유감 표명조차 없었고, 주어와 대상이 불분명한 “아쉽다”는 것이 가장 높은 수위의 표현이었다.

윤 대통령은 물론 대담을 진행한 KBS 앵커의 입에서는 ‘명품’이란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앵커는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을 김 여사 앞에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몰카를 착용한 전자기기를 갖고 어떻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의전과 경호의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사람들이 가장 먼저 했다” 등의 표현으로 사안을 축소하거나 본질을 흐리는 식으로 질문을 했고, 윤 대통령은 이에 동조하며 “시계에 몰카까지 들고 온 공작이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 “앞으로 분명히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등의 면피성 답변을 내놓았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사과를 할 경우 ‘뇌물’ 프레임에 갇혀 사후 처분 의혹, 책임 소재, 수사 필요성 등과 관련한 공세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진단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윤 대통령이 대담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기를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또 낳을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도 있다”고 말한 데서 이러한 진단을 엿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추석 명절 영상 메시지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으로선 ‘사람을 박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김 여사의 심성을 부각하면서 동정에 호소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로 인해 무엇을 기대했든 간에 각종 평가나 반응을 보면, ‘정 많고 사람을 좋아해서 피해를 본 김건희’가 명절 밥상의 화두로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아끼는 후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충돌 매개였던 ‘김건희 명품가방’은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이슈의 핵심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이를 자초한 셈이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중을 향해 일정 수준의 진정성 있는 사과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총선 최대 리스크인 김 여사 문제에 대한 태도에 최소한의 대중적 공감을 사는 결과를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김 여사 명품가방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에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당의 복잡한 속내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여권에서는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더라도 문제 의식이 팽배한 분위기다. “이렇게 얘기할 거면 안 하는 게 나았다”, “오히려 악재가 됐다”, “수도권 출마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됐다” 등의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으로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평균적인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해명과 함께 사과도 필요하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여사 사과 필요성을 주장해온 김경율 비대위원은 “아쉽다”고 했다.

보수 정치권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아무도 적극적으로 해명할 생각은 하지 않고 눈치 보고 미루다가 커져 버렸다. 가십에 불과한 것을 초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논란만 키우다가 국정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이기인 수석대변인은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일말의 성찰이었다. 일말의 책임의식도 성찰도 없던 ‘봉창 60분’이었다”고 말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