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오이에서 한동훈 생닭까지, 정치인 흑역사 된 ‘무리수’

“지나친 이미지 메이킹의 부작용”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명절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해 구매한 생닭을 들어보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2.05. ⓒ뉴시스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진이 한동안 화제가 됐다. 한 위원장이 번쩍 치켜든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생닭이 들려 있었고, 또 한 손에는 황태포가 들려 있었다. 한 위원장은 차량에 탑승하고 차량의 창문을 닫기 전까지 계속 생닭을 들어 올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에는 지지자들이 생닭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비닐봉지가 모두 내린 상태였고, 한 위원장이 맨손으로 생닭을 잡고 들어 올려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면서 반복해서 이같이 생닭을 들어 올렸다.

이 모습은 자칫 기괴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한 위원장은 괘념치 않는 듯했다. 온라인에서는 누리꾼들이 해당 사진을 공유하며 “지나친 이미지 메이킹의 부작용”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사실, 정치인들은 종종 선거철에 시장을 찾아 과도하거나 낯선 행동을 보여 관심을 받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화제가 된 이회창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의 ‘흙 묻은 오이’ 등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명절 연휴를 나흘 앞둔 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해 구매한 생닭을 들어보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2.05.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명절 연휴를 나흘 앞둔 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해 구매한 생닭을 들어보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2.05. ⓒ뉴시스

이회창, 흙 묻은 오이 씻지도 않고 먹어
반기문, 발매기에 1만원권 2장 한 번에 넣으려
황교안, 어묵 들고 “이것은 어떻게 먹나”


한 위원장은 이날 검정색 점퍼와 고동색 후드티를 입고 경동시장을 찾았다.

그는 오후 2시부터 약 30분 동안 경동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또 곶감, 건어물, 밤 등을 현금과 온누리상품권 등으로 구매했다. 번데기와 어묵, 호떡을 먹으면서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생닭은 한 위원장이 경동시장을 둘러보고 차량에 탑승하기 전 마지막에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구매한 것이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생닭을 파는 상인에게 목소리를 키워 “닭 좀 주실래요?”라고 요청했고, 상인은 “닭?”이라고 반문한 뒤 검은 비닐봉지에 생닭을 넣어 건넸다. 그런 뒤 생닭을 들어 올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것이다.

한 위원장의 생닭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흙 묻은 오이’를 연상시켰다. 이회창 후보는 시장에서 흙 묻은 오이를 씻지도 않고 먹다가 “서민은 오이를 씻어 먹는다”는 김현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의 지적을 받았다. ‘귀족 이미지’를 벗으려는 마음이 앞서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것이다.

정치인들의 어설픈 ‘서민 흉내’는 이 후보 이후에도 반복해서 화제가 됐다.

반기문 턱받이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12일 저녁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항철도 탑승을 위해 발권을 하는 가운데 만원 지폐 두장을 겹쳐 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대 총선에서 종로 지역구 출마선언을 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20년 2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분식집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2020.2.9 ⓒ뉴스1

지난 2017년 초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관계자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대권행보를 보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또한 어설프게 서민 흉내를 내다가 논란이 됐다.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에 1만원권 지폐 2장을 한꺼번에 넣는가 하면, 충북 음성 사회복지시설 ‘꽃동네’에서 고령의 할머니가 착용해야 할 ‘턱받이’를 자신이 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찍혀 관심을 모았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2월 성균관대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먹으면서 찍어 먹는 꼬치를 젓가락처럼 사용해 이목을 끌었다. 또 해당 분식집에서 어묵을 집어 든 후 어묵 취식이 익숙하지 않은 듯 “이것은 어떻게 해서 먹는 거냐” 묻기도 했다. 점포 주인은 “간장 발라서 잡수시라”라고 안내했다.

물론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바 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전 총리는 서울 종로 출마를 확정 지은 후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교통카드를 지하철역 개찰구 오른쪽 단말기가 아닌 반대편인 왼쪽 단말기에 갖다 대며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아 역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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