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모 군부대에서 복무하던 병사 B씨가 생활관 단체 채팅방에 ‘뭐지? ㅁㅊㄴ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분대장인 부사관 A씨가 부대 내 다른 채팅방에 개인적인 온라인 계정을 홍보한느 글을 실수로 올리자 이 화면을 캡쳐해 분대원 등 18명이 있는 채팅방에 공유하면서 황당하다는 취지로 글을 올린 것이다.
이 사실을 A씨가 알게 됐다. 병사들의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의 험담이 오갔다는 사실과 해당 캡쳐 화면을 전달받은 것이다. A씨는 B씨를 군 수사기관에 신고했고, 군 수사당국은 B씨를 상관모욕죄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B씨는 전역해 재판을 받게 됐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정서현 판사)은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알려졌다.
법원은 ‘ㅁㅊㄴ’이라는 표현은 온라인에서 ‘미친놈’의 초성만 따서 사용하는 용어로 이런 표현을 쓴 것은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글을 올린 채팅방이 비슷한 계급의 생활관 병사들끼리 편하게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상관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직접 대면해 말하기 어려운 병사들이 그들 간 의사소통을 위한 채팅방 내에서 불만을 표시하며 비속어나 욕설 등을 사용하는 행위는 흔히 일어날 수 있다”면서 “그것이 군의 조직 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를 문란케 할 정도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해당 표현은 1회에 그쳤고, 온라인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는 표현이 내포한 모욕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덧붙였다.
B씨는 사전모욕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후임을 괴롭혔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B씨가 사건 직후 밀고자로 의심되는 후임을 불러 지속적으로 괴롭힌 혐의(면담강요)에 대해 재판부는 벌금 500만원을 선곳했다.
B씨는 채팅방에서의 험담이 사건화된 직후 후임인 C씨를 생활관 등으로 데리고가 “네가 사진이나 녹취 자료를 (A씨에게) 준 적 없냐”고 캐물었다. C씨가 “전혀 모르겠다”고 부인했지만 B씨는 이후에도 “할 말 없냐”며 C씨를 압막했다.
B씨는 “후임이 다른 생활관에서 자는 등 문제가 있어서 훈계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당시 대화 내용으로 보면 단순한 훈계가 아니라 제보자 색출과 추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