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Gregory Elich 칼럼]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것인가

2023년 8월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시작에 맞춰 해군 동해함대를 시찰하고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최근 북한이 한국에 군사 행동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미국 언론이 떠들고 있다. 허황된 주장은 하지 않는 로버트 L. 칼린과 시그프리드 S. 헤커의 글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자 언론이 공포 분위기 조성한 것이다. 칼린과 헤커는 ‘1950년 그의 할아버지처럼 김정은이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과 행동을 보면, 그가 미국과의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확신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해 군사적인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또 미국 관리들이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이 공개적인 적대 정책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수개월 내에 남한에 치명적인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며 파문을 확산시켰다.

이들의 선정적인 주장이 사실일까? 객관적인 증거가 그 주장을 뒷받침할까? 최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공식 명칭)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강경해진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쟁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 김 위원장의 1월 15일 제14기 10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인 만큼, 그 내용을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

연설 녹취록을 보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류 언론이 문맥에서 벗어나 말을 인용하고, 연설의 많은 부분을 무시해 마치 김정은이 뜬금없이 호전적인 발언을 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주류 언론은 또한 이 연설의 배경을 다루지 않는다. 극우 성향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이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윤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이뤄진 남북 관계의 진전을 모두 되돌려 놓겠다고 결심하고 취임했고, 한국을 미국 바이든 정권의 초 군사화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위 파트너로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연설을 이해하려면 미국 바이든 정권이 추진한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얼마나 급격하게 그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상승하게 했는지를 봐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코 앞에서 사실상 끊임없이 군사훈련을 실시해 북한에 대한 폭격과 침공을 연습하고 있다. 한 한국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이 2023년 한 해에만 합동 훈련을 42차례, 일본을 포함한 3국 합동 훈련을 10차례 실시했다고 한다. 호주에서 실시하는 탤리스먼 세이버 훈련과 태국에서 실시하는 코브라 골드와 같은 미국의 동북아 다국적 훈련을 제외해도 말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이라는 더 넓은 지정학적 틀 안에서 살펴봐야 한다. 작년에 미국은 한반도 상공에서 핵무기를 탑재한 폭격기가 동원된 훈련을 7차례 실시하며 북한을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거기에는 미 공군이 대량의 정밀 및 비 정밀 무기를 신속하게 옮길 수 있다고 밝힌 B-1 폭격기도 동원됐다.

이런 도발을 통해 미국은 우리가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유추할 수 있는 그 어떤 위협보다 큰 위협을 북한에 가했다. 우리는 미국의 이런 공격적인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졌다. 그러나 상대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오해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위협이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 관리를 암살하는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번 달에도 미국의 육군 특전부대 그린베레와 한국의 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이 북한 핵심 인사의 암살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실시했다.

이렇듯 바이든 정권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GDP가 콩고와 라오스보다 낮은 북한을 상당한 군사력으로 맞서야 할 정도로 위험한 국가로 간주하고 있다.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 불편한 문제가 있다.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다른 핵확산금지조약(NPT) 비회원국은 그렇지 않은데 미국은 왜 하필 북한만 처벌과 위협의 대상으로 삼았을까? 북한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미국은 호전적이라는 증거가 점점 쌓여가는 이스라엘도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 간주하지 않으면서 왜 북한은 그렇게 간주할까? 본질적인 차이점은 4개국 중에서 북한만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라는 점, 또 북한만 미국이 언제든 폭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미국 선전의 승리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국가를 침공하고 폭격과 드론 암살을 자행한 미국이 같은 기간 동안 이런 행동을 전혀 하지 않은 북한이 국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많은 사람을 설득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미국의 위선을 깨닫지 못한다. 핵무기로 무장한 다른 NPT 비회원국은 내버려두고 북한만 겨냥해야 할 원칙은 없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길을 걷는 작은 국가에 대한 분노가 원칙이 아니라면 말이다.

예상대로 워싱턴의 싱크탱크 분석가와 언론 평론가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비판을 퍼부으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온갖 상투적인 문구를 써가면서 말이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고 기괴한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다. 베넷은 미국이 대북제재를 철회하지 않으면 북한이 핵 공격으로 미국 도시를 위협할 수 있다고, 혹은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을 포기하지 않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제한된 핵 공격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베넷은 심지어 김정은이 북한에 연간 1천억 달러를 지급하고 케이팝 생산을 영원히 중단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것이 워싱턴 전문가의 분석이라고 인정받는다.

오해하지 말자. 김 위원장 연설에서 군사적인 부분은 근본적으로 방어적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안보 환경이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며 ‘자력 발전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스스로 방어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한국 지도자의 구체적인 위협을 인용하며 자국이 위협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의 한 대목에서 ‘조선 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쟁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고 미국에는 상상해 보지 못한 재앙과 패배를 안길 것’이라며 만약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수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실제로 워싱턴과 서울의 매파에게 북한을 공격해도 자국은 무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서방 언론은 김 위원장의 조건부 문구는 경시한다. 그리고 북한의 군대가 ‘정당한 자위’를 위한 것이며 ‘일방적인 무력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선제공격 수단이 아니’라며 ‘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방 언론은 이런 직접적인 설명을 완전히 무시한다.

충분히 예상된 일이지만, 서방 언론은 한국의 예전 발언을 미러링한 김 위원장의 표현을 최악의 의미로 해석했다. 김정은 연설 불과 한 달 전, 한국 국방장관 신원식은 ‘북한은 평화와 파멸,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북한이 평화를 해치는 무모한 행동을 한다면 파괴의 지옥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후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을 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윤과 한국 군당국은 도발이라는 용어를 매우 느슨하게 사용해 다른 국가나 한국이 했으면 정상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북한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용어를 쓴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전쟁 시 파멸을 운운하는 한국과 북한의 수사는 선후에서만 차이가 있지 내용상 차이가 없다. 북한이 한국의 이전 발언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함으로써 주류 언론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호전적인 것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은 휴전선 인근 보병사단을 방문해 ‘도발이 발생하면 즉각 응징하고 나중에 보고하라’는 지시로 무력 충돌 위험을 고조시켰다. ‘도발’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 수준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하급 지휘관에게 결정권을 위임함으로써 윤 대통령은 사소한 무력 충돌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만들었다.

서방 언론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전쟁 선포와 다름없다고 보도한다. 반면 비슷한 성격의 말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마치 없었던 일로 취급하거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받은 대로 되돌려주는 대응을 하는 북한의 오랜 관행을 생각하면, 한국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북한도 더 절제된 표현을 채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서방 언론은 김 위원장이 한국을 ‘주적’으로 지칭하는 것에 우려는 표한다. 하지만 거의 1년 전에 한국이 국방 백서에서 북한을 ‘우리의 적’으로 다시 지정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윤석열의 전임자인 문재인의 재임 시절 한국은 국방 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을 삭제했다. (자유주의 성향의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이 명칭을 피하다가 보수 성향의 대통령이 이를 되돌려 놓는 것이 한국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윤 대통령 자신도 북한을 적으로 자주 언급하고 있고, 윤석열 정권의 국가안보 전략 문서에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위해 고안된 킬 체인 시스템에 대한 설명도 있다.

서방 언론은 이런 세부 사항을 덮어버림으로써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고, 김 위원장이 예측불가능한 발언과 성급한 행동을 일삼는 비이성적인 지도자라는 오리엔탈리즘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강화한다.

김 위원장의 표현대로 한국, 일본과의 바이든 3각 동맹이 ‘전쟁 열기에 휩싸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급속히 고조시키자 북한의 인내심이 한계에 부딪혔다. 북한은 해방 이후 거의 80년간 이어진 오랜 정책을 포기하고 더 이상 평화 통일을 추구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한국에서 보수 정당이 집권할 때마다 과거의 모든 남북관계 성과가 순식간에 되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발짝 더 나아가 고의로 남북 관계를 경색시키고, 의도적으로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높이는 도를 넘어선 행동을 해 왔다. 윤석열 집권으로 남북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북한은 현재 상황에서 남북 관계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북한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북한은 평양의 조국통일기념탑을 철거해 윤석열 정권에 대한 답답함의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통일 계획과 사업을 책임지는 모든 정부 기관을 폐쇄했다. 물론 북한이 이 폐쇄 조치를 되돌릴 수는 있다. 하지만 윤 정권 기간 통일에 진전이 이뤄질 실질적 가능성이 없다. 윤 대통령은 남북 관계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

서방의 언론 보도만 보면 알 수 없겠지만, 김 위원장 연설의 3분의 2 이상이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 김 위원장은 가능한 한 빨리 인민 생활을 안정시키고 개선하는 것이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가 필수 전제 조건이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군사 능력을 잘 알고 있고 전쟁이 일어나면 새로운 경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기존의 인프라도 대부분 파괴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북한 경제는 전 국민을 표적으로 삼고 최대한 많은 고통을 주기 위해 고안된 미국의 경제제재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해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다. 북한은 이런 추세를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런 맥락으로 연설에서 ‘경제 건설의 근본적 전환과 인민 생활수준 향상’을 촉구하고 전례 없는 시련에도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산업, 전력, 주택 등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열거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당과 정부가 아직 인민의 소박한 생활 필요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경제 발전에 내부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지역 및 도농 간 경제 불균형이 수십 년 동안 북한 경제를 괴롭혀 왔다며 ‘현재 수도와 지방, 도시와 시골 간의 생활수준 격차가 매우 크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 이런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것이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 해결책으로 김 위원장은 ‘지역발전 20x10’ 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야심 찬 계획은 향후 10년간 20개 군의 물질적, 문화적 수준을 크게 끌어 올리고 지역 산업 공장과 선진 교육 기관을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계획은 특히 과학 및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전반적인 경제 발전의 가속화를 목표로 한다. 이 중에서 그 어느 것도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고폭탄을 퍼부으면 달성할 수 없다. 그러니 이런 20x10 정책만 보더라도 서방이 말도 안 되는 해석으로 대중에게 겁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북한에 대한 서방의 언론 보도에서 주장이 증거를 대체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미국 언론, 군산복합체와 바이든 정권은 김정은이 전쟁에 미쳤다는 조작된 이미지를 활용해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 증강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윤 정부는 이에 동참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증폭시키고, 남한 진보세력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미래에 미국과 한국이 군사주의를 약화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