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교회, 동성 커플 축복 시작··· 교황청 허용 이후 처음

지난해 9월 20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의 쾰른 대성당 앞에서 한 동성 커플이 성직자로부터 축복받고 있다. 동성 커플에 대한 가콜릭 성직자들의 축복은 그동안 찬반 논란이 많았지만, 교황청은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한 바 있다. ⓒAP

교황청이 지난해 연말 교리선언문을 통해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한 가운데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에서도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월 20일 열린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 신년미사 직후에 이승복(글라렛 선교수도회) 라파엘 신부가 교황청에서 발표한 교리선언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에 기반해 두 여성 커플을 축복했다고 전했다.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는 2022년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T)에 가톨릭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 대표와 가톨릭독서포럼 대표가 의기투합하여 공동 설립된 가톨릭교회 내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서 연대하는 사람들이 모인 비영리 단체다. ‘아르쿠스’는 라틴어로 무지개를 뜻한다.

1월 20일 이승복 신부는 구약성경 민수기 6장 24절~26절 말씀에 기반해 두 여성 커플을 위한 축복기도를 했다. 이 기도문은 미국의 제임스 마틴 신부가 동성 커플을 축복할 때 사용한 기도문이기도 하다.

주님께서는 이들에게 복을 내리시고 이들을 지켜 주소서.
주님께서는 이들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이들에게 은총을 베푸소서.
주님께서는 이들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이들에게 평화를 베푸소서.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러분에게 강복하소서.


첫 동성 커플 축복의 주인공은 가톨릭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와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의 공동대표를 맡은 크리스(크리스티나)와 그 배우자 아리(아리아드네)이다. 이들 커플은 대한민국 국적으로 2013년 캐나다에서 동성혼을 하고, 대한항공 가족 마일리지를 등록한 동성 부부로도 알려져 있다.

크리스는 “혼인 예식과 달리, 사목적 축복은 여러 번 받을 수 있다. 동성 커플들과 사제들이 서로 부담 갖지 않는 선에서 축복을 자주 청하고 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한국 가톨릭교회에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복을 받은 두 번째 여성 커플은 2018년도부터 만남을 이어온 유연(크리스티나)와 파트너 윤해이다. 유연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으나, 축복을 통해 다시 주님의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 기쁘다. 이번 기회로 비신자인 파트너도 교리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다. 길을 열어주신 앨라이 신부님들, 수녀님들께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축복식을 진행한 이승복 신부는 “성소수자들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이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며, 주님의 축복에서 그 어떤 이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는 “앞으로도 축복을 청하는 동성 커플을 가톨릭 사제와 연결해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간)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제목의 교리 선언문을 통해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을 위해 축복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이런 내용이 담긴 선언문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식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7일에도 부도덕한 기업가에 대한 축복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 동성 커플 축복을 반대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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