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서 빚을 갚는 다중채무자가 4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는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차주를 말한다.
1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가 450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직전 분기(448만명) 대비 2만명 늘어난 수치다.
다만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568조1천억원)과 1인당 평균 대출액(1억2,625만원)은 전 분기(572조4천억원·1억2,785억원) 대비 각각 4조3천억원, 160만원 감소했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단순히 다중채무자들의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이들의 상환 능력도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대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로 추정됐는데, 이는 2019년 3분기(1.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이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로 여전히 월 소득의 60%가량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이다.
DSR은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보통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상당수 다중채무자의 형편이 한계(70%)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체 다중채무자(450만명) 중 26.2%(118만명)는 DSR이 70%를 넘었다. 또 14.2%(64만명)는 100%를 넘기도 했다. 이들은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보다 많다는 의미다.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인 '취약 차주' 비중도 3년만에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말 취약 차주는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6.4%)보다 0.1%p 늘어나면서 2020년 3분기(6.5%) 이후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3분기 말 현재 취약 차주의 평균 DSR은 63.6%였고, 취약 차주 가운데 35.5%(46만명)의 DSR이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 차주 대출액의 65.8%(63조4천억원)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