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4개 세력이 설 연휴 첫날인 9일 ‘개혁신당’으로 합당을 선언했다. 당명과 지도체제를 놓고 난항을 겪던 통합협상은 개혁신당을 통합 당명으로 하고,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와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체제로 합의를 이뤄냈다. 개혁신당은 정치 신인들과 기존 출마 준비자를 중심으로 총 253개 지역구 중 최대 150곳에서 후보자를 내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이들은 대체로 '제3지대'라고 불려온 세력이다. 개혁신당이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온 이들이라면, 새로운미래 등은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다. 거대 여야에 속하지 않았으니 형식상 '제3지대'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내용적으로 기존 거대 정당들과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어찌되었건 어느 정도의 세력을 형성한 양당의 전 대표들이 모여 단일한 정당을 만들어 이번 총선 구도가 복잡해진 건 사실이다.
2016년 총선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후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을 규합해 국민의당을 결성했고, 38석을 얻어 명실상부한 제3당이 됐다. 그러나 총선 직후부터 내홍에 시달렸고 2017년 대선 이후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분열됐다.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경과하면서 이 당에 속했던 대부분의 인사들은 거대 양당으로 '복귀'했다.
국민의당의 생성과 소멸에서 나타난 것처럼 명확한 이념과 정책, 뒷받침하는 사회세력이 없는 '제3지대'는 오래가기 어렵다. 지금 개혁신당에 모인 인사들은 거대 양당에서 밀려난 인사들로, 이들과 구분되는 이념이나 정책을 갖추지 못했다. 거대 양당에 의해 대표되지 못하는 사회계급·계층이나 세력의 뒷받침도 없다. 이들 스스로도 기회가 있다면 거대 양당에 복귀해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물론 눈 앞의 총선에서 거대 양당을 제외한 선택지가 생겨나는 건 그 자체로 나쁘지 않다. 유권자들은 매우 다양한 정치성향과 기대를 갖고 있으며, 개혁신당이 그들 중 일부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2016년 총선처럼 다당 구도가 성립되어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이런 식의 '제3지대'가 양당 정치를 극복할 정치적 대안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개혁신당이 한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