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사들 파업 예고 철회하고 정부는 ‘공공의료’ 의지 분명히 밝혀야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진료 거부(파업) 등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강경 대응 움직임을 보인다. 전공의들이 모인 대한전공의협의회도 회의 체계를 가동하는 등 행동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행정 처분이나 고발 등 제재 조치를 취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달해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국가 38개국 중 37위로 최하위다. 특히 응급의학과나 외과 등 필수의료분야는 물론, 지방 의료는 인력난으로 붕괴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의사 인력을 늘리고자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침을 세운 건 공공성 측면에서 필요한 기초적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든 전문의든 지위를 불문하고 의사 집단이 일제히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나서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공공의료 확대를 명목으로 의사 인력을 늘리고자 했으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료계의 반대 명분은 뚜렷하지 않다. 의료계는 의사 인력이 많으면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져 국민 생명·안전 보호에 취약해지고, 현재도 전국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소수 기득권을 침해당할 것을 우려한 여론 호도에 불과하다. 또한 의료계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그 주장이 궁색할 정도로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정부의 정책적 시도 등을 계기로 높은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다.

어떠한 직군이든 특정한 목적을 위해 집단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의료와 같이 공공성이 강하고,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 뚜렷해야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특히 환자를 살려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를 외면하겠다는 ‘진료 거부’를 국민들 중 누가 동의할지 의문이다. 결국 이들의 집단행동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기보다는 기득권 의식에 사로잡혀 국민 생명을 볼모로 협박을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지금부터 2천 명을 늘려도 부족하다는 게 우리가 가진 의료 현실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논의는 정권 차원을 떠나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의사들도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의 문제의식과 진단은 합당하다. 정부는 나아가 늘어난 의사 인력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공의료 등 적재적소에 배치해 올바른 공공의료 시스템을 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대중에 명확하게 발신하고, 이에 대한 여론의 강한 지지를 토대로 의료계를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의료계의 부적절한 집단행동에 대한 강경한 대응 조치도 병행해 국민 생명·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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