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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임의 일터안녕] 중대재해법 적용되면 망한다는 거짓말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에서도 법이 적용된다. 2024.1.25 ⓒ뉴스1


작년 말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적용 2년 추가 유예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결국 불발되었다. 따라서 1월 27일부터 법 제정 당시 2년간 적용 유예 되었던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진영의 입장이 확연하게 엇갈려 왔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변 의견이 매우 분분한 입장을 보였다.

이즈음에서 중대재해법 입법과정을 소상히 들여다봐 왔던 내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나라에 중대재해법이 필요한 이유는 더 이상 말할 이유가 없다. 첫째, OECD 최고 산재사망률을 기록해 왔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이 더 이상 아닌 나라에서 OECD 가입 시기(1996년)부터 최고 수준이었고 이후에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 법이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선진국에 존재하는 법률이고 사실상 입법과정에서 이를 차용한 수준(사실 우리는 다른 선진국보다 규제 수준이나 벌칙이 더 약하다)이기 때문에 생뚱맞은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법률의 서두에도 나타나 있지만 이 법률은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분명한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즉 법률을 통해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에 어느 국가나 당연히 있어야 하는 법이다. 물론 이를 확대 해석한 재판부는 기소된 사업주 대부분에게 ‘집행유예’ 선고를 내리고 있다.

물론 법률이 가진 한계도 많다. 주요 직업병(뇌심혈관계질환, 직업성 암, 정신질환, 호흡기질환 등)은 다 적용 대상이 아니고 주로 사고만을 대상으로 한다.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도 아니다. 또한 친절한 검찰과 재판부는 기소를 미루거나 온정적 선고를 일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유예를 2년 더 연장하자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중소기업에 대한 적용 유예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적용 유예를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는 첫째, 법 적용으로 인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중소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소기업 사업주가 1년 이상 구속될 경우 경영책임자의 부재로 인해 역시 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법률의 내용이 어렵거나 모호해 안전 전문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에서는 법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 50인 미안 사업장 적용되면 망한다는 주장,
근거 없거나 허위 주장


그런데 이런 주장들은 모두 근거가 없다. 우선 중대재해법에서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넘어서는 내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대시민재해의 경우도 관련법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나 해당 사업체의 업종 특성을 반영한 관련 법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은 1인 이상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적용 범위가 훨씬 넓다. 게다가 직업병 모두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범위로 보면 산업안전보건법이 포괄하는 영역이 훨씬 더 광대하다. 따라서 중대재해법의 예방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고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하면 모든 처벌에서 면책된다. 이런 엄살을 떠는 것은 괜한 공포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지켜오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계속 덮어달라는 요구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회사가 망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는다는 주장은 최저임금이 올라 편의점 업주들이 망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과 일맥상통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런 한계기업들은 망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안전조치를 해주지 못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최저임금도 못 줄 상황의 기업이라면 당연히 퇴출되어야 한다. 이런 주장을 일일이 사회가 인정하기 시작하면 노동자들의 피와 굶주림에 기대어 자신의 이윤을 확보하는 중소기업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선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끔찍한 ‘아귀의 땅’이 될 것이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협상 중단 촉구’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4.02.01. ⓒ뉴스1

마지막으로 하청의 경우 원청으로부터 안전보건 비용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진다는 주장인데 무슨 얘기인가. 중대재해법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 바로 원청의 책임을 산업안전보건법보다 크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내하청의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만 원청사업주에게 하청사업주와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하청의 교섭력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작년부터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지원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청의 설립이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중소기업에서의 안전보건관리 강화를 위해 고용노동부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 지원해야 한다. 법 적용 2년 사이 재해가 줄었느냐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섣부르게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어렵게 도입된 법률이다. 계속 확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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