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신생아특례대출 2.5조원... 부동산 시장에 영향 미칠까

신생아특례대출 신청액 중 주택 구입 목적은 20%에 불과... 73%는 대환 용도

신생아 특례대출 자료사진 ⓒ뉴시스

특례보금자리론을 대체할 정책금융상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생아특례대출이 지난달 말 출시됐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출시 일주일만에 9,600여건의 대출신청이 몰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5천억원 규모다. 초기엔 사이트에 신청자가 몰려 접속이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생아특례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집값이 오를 만큼 올라 주택 구매 수요가 급감한 데다, 적용 대상도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한정적이라 부동산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간 접수된 대출 신청은 총 9,631건, 2조4,765억원 규모다.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에 대해 주택구입·전세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주택구입 자금은 1.6~3.3%, 전세자금은 1.1~3.0%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단, 대상 주택은 주택가액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여야 한다.

“오를 대로 오른 집값, 저리 대출에도 살 사람 없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생아특례대출이 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과 전세자금을 빌려주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일단 대출 대상이 아이를 낳은 가구로 한정된 데다, 지난해 출시했던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대출자 연소득(1억3천만원 이하)과 순자산(4억6,900만원 이하) 요건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출시 직후 확인된 대출 신청 규모에서도 신생아특례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의 차이는 컸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은 일주일새 2조5천억원가량이 신청된 데 반해 작년 1월 출시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은 일주일만에 10조원에 달하는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대출 신청액 규모만 놓고 보면 특례보금자리론 때의 1/4 수준이다.

한문도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생아특례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을 순 없다. 돈이 풀리는 만큼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상이 한정적인 만큼 특례보금자리론 때와 비교하면 그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도 “대출 대상이 출산 가정으로 한정된 데다, 아이를 낳았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런 부분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대상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요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도 신생아특례대출이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하락하던 집값은 2023년 들어 반등을 시작했다.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대출 등 각종 정책금융상품의 영향이다. 이에 따라 한때 95.6까지 하락했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지난 말 기준 96.2까지 회복했다.

전국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서울의 상승 폭은 더 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빠르게 상승해 전 고점(2021~2022년) 대비 가격 회복률이 평균 93%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용산구(101%) ▲강남구(99%) ▲종로구(98%) ▲중구(97%) ▲서초구(96%) ▲마포구(94%) 등이 회복세를 견인했다.

이처럼 집값이 전고점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주택 매수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을 받더라도 집값이 많이 올라 쉽게 매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신생아특례대출 신청금액 대부분은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니라,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환 대출 목적이었다. 지난 6일 국토부 발표를 보면 신생아특례대출 전체 신청금액(2조4,765억원) 중 73.8%에 달하는 1조8,273억원이 이른바 ‘대출 갈아타기’ 수요였다. 순수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은 4,884억원(약 19.7%)에 그쳤다. 나머지 1,608억원(6.5%)은 전세자금 대출이었다.

한문도 교수는 “신생아특례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엔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됐을 때와 상황이 아주 다르다. 집값이 (특례보금자리론 때보다)많이 올랐다”며 “빚을 내서 집을 사야 하는데,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광수 대표는 “지난해 정부가 정책대출로 돈을 풀면서 올랐던 집값이 대출을 다시 조이면서 다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라며 “단순히 대출 이자를 싸게 해준다고 집을 살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자료사진 ⓒ뉴시스

“집값 떠받치는 ‘정책 대출’... 가계부채 폭탄 임계점 앞당긴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정책금융상품을 통해 가계 대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공급하는 신생아특례대출이 자칫 주택시장을 자극해 가계대출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월 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을 한시(1년)로 운영한 바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봉에 상관없이 최대 9억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지자, 결국 정부는 작년 9월 다시 대출을 조였다. 

문제는 아직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신생아특례대출이 출시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말 기준 695조3,143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9,049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4조4,330억원이나 늘었다.

이광수 대표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지금은 금리를 올려서라도 가계부채를 줄이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할 때”라며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저리의 정책 대출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가계대출이 이미 한계점에 달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대출이 가계부채라는 폭탄의 임계점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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