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제시된 늘봄학교가 신학기부터 전격 시행된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추진된 시범실시와 단계적 확산 계획에 따라 1학기 늘봄학교 선정 현황을 18일 발표했다. 부산, 전남의 모든 초등학교를 비롯해 전체 초등학교의 44.3%인 2천741개 학교가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밀어붙이는 강도가 세서 올해 2학기부터는 교육부 계획대로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 위기 대책으로 아동 돌봄을 강화해야한다는 정책방향은 진보, 보수를 떠나 모든 정부의 관심분야였다. 박근혜 정부의 엄마품돌봄교실,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체계 등 이전 정부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강조점은 달랐다. 예컨대 문재 인정부 시절에는 학교와 지역의 유기적 연계를 중시했다면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안에서 오전7시부터 저녁8시까지 돌본다는 ‘양적 확대’가 핵심내용이다. 여기에 다양한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구조다.
초등학교 자녀들에게 ‘학원 뺑뺑이’ 대신 공적 돌봄을 확대하는 방향은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정권이 세 번, 네 번 교체되면서 이만큼 경험이 쌓였다면 누적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가야한다. 누가 어떻게 돌보는가 하는, 돌봄노동의 가치 제고의 측면이다. 이번에도 정부당국은 애써 못 본 척하며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는데 일선 학교에서는 준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돌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력과 공간 확대가 현실의 문제로 제기되니 학교 홈페이지마다 구인광고로 가득하다. 늘어나는 것은 모두 열악한 근로환경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예컨대 전담인력인 초등돌봄전담사 상당수가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고 전일제로 전환된 경우에도 대체인력이 없어 휴가나 병가를 사용하지 못한 채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악기나 체육, 요리 등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주로 가르치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고용조건은 더 열악해 대부분 매년 학교장과 위수탁계약을 맺어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이다.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와 낮은 사회적 대우는 곧바로 돌봄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은 외면당하고 있다.
교사들의 업무 과중도 무시할 수 없다. 수요예측이 정밀하지 못하면 교사들이 틈새 돌봄을 맡아야한다. 또 돌봄전담인력을 제대로 구축한다 해도 학교 정규직에게 외부인 취급 받는 기간제 노동자에게 정규직과 같은 책임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학교 안에 아이들이 오래 남아있는 이상 담임교사의 책임과 역할이 늘어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전담인력 간에 ‘노노 갈등’도 발생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돌봄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공간 부족도 심각하다. 전용교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여서 그럴 경우 한반에 20명에서 25명씩 되는 아이들을 1명의 돌봄전담사가 겸용교실에서 돌봄노동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면 안전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 정부가 급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총선을 앞둔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초 계획은 2026년 전면도입이었고, 지난해 2025년으로 앞당겨진 것을 올해 전면 도입으로 두 번이나 앞당겼다.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호응이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지만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돌봄교실 확대 요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총선용 학부모 표심 잡기가 늘봄학교 졸속시행의 진짜 원인이라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비난받을 일이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것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