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제3지대’라는 이름으로 모여든 개혁신당이 합당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국민의힘 출신인 이준석 공동대표와 민주당 출신으로 새로운 미래를 거쳐 개혁신당에 합류한 이낙연 공동대표가 부딪치고 있는 탓이다. 이들이 합당 합의문에 서명한 것이 지난 9일이니 불과 2주도 되지 않았다.
양측의 갈등은 외적으로는 선거 정책 지휘권을 둘러싼 것이지만, 실제에선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과 공천 문제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최고위의 결의로 배 전 부대표에게 비례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혹은 과거 발언을 사과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바 있고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이준석 공동대표는 19일 최고위를 열고 해당 행위자에 대한 심사위원회 설치 안건 등을 표결로 강행했다.
세계관과 경험이 다른 정치인들이 한 당에 모여 내홍을 겪는 것 자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거대 양당과 달리 ‘진영정치’를 벗어나 보겠다고 했던 걸 감안하면 확실히 남 보기 창피한 건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양측의 갈등이 배 전 부대표의 발언과 거취로 불거졌다는 데 있다.
배 전 부대표의 생각이 이준석 공동대표와 다르다는 건 충분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게 말하자면 이낙연 공동대표나 금태섭 최고위원, 조응천 의원의 생각도 이 공동대표와 다를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건 개혁신당이 출발할 때부터 하나의 전제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이준석 공동대표는 출발부터 배 전 부대표를 배제하려 하고 있다. 서로의 생각을 토론해 보지도 않은 채로 말이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국민의힘 시절부터 교묘한 화법으로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왔고, 이를 하나의 정치전략으로 발전시킨 사람이다. 이 공동대표가 무리수를 강행하게 된 데에는 자신의 지지층이 배 전 부대표에 대해 드러내고 있는 반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배제와 혐오를 동력으로 하는 정치는 잠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결국 스스로가 설치한 덫에 걸려 쓰러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