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위험 확인된 현장실습 제도, 청소년 노동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해야

ILO 전문가 위원회가 특성화고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실습 제도와 마이스터고 2~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일-학습 병행제도에 대해 ILO 138호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ILO 138호 협약 3조 1항은 노무의 성격이나 환경이 청소년의 건강·안전 등을 위태롭게 할 경우 취업 최저연령을 18세 미만으로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위험에 노출된 우리나라 청소년 노동에 대해 ILO가 처음 지적한 사례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이에 정부는 ILO 전문가위원회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청소년, 안전한 환경서 현장실습·일학습병행제 참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과 우리 현실은 다르다. 2021년 여수 요트업체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홍정운 군, 2017년 제주도 생수 공장에서 일하던 이민호 군,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전주 콜센터서 일하던 홍수연 양 모두 현장실습 중 사망했다. 현장실습 중 2019년 6건, 2020년 5건의 산재가 발생했고 다수가 중상에 이르렀다.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고의 경우 산업재해 신청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재 발생 건수는 더 많을 수 있다.

ILO는 동 협약 3조 3항에서 "청소년의 건강·안전 및 도덕이 완전하게 보호되며 이들이 관련 활동 분야에서 충분한 구체적 지도 또는 직업훈련을 받았음을 조건"으로 16세 이상의 취업과 노무 제공을 허용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 보고서에 따라 안전 보장 및 충분한 훈련 감독을 통해 청소년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위 조건이 '직업훈련 참가자를 포함하여 모든 청소년에게 적용되어야 함'이라고 서술한 부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고용 사업장 10곳 중 8곳이 노동법 위반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고, 그 위반 내용은 임금 체불, 부당해고, 안전장비 미지급 같은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소년 노동권 보호 사업 관련 예산이 삭감되고,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법제화는 차일피일 미뤄지고만 있다.

이런 상황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소년 그리고 청년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노동자로서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권리를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고, 부당하고 불안전한 환경에서 생애 첫 노동의 경험을 하게 된다. 노동인권교육 법제화 및 현장실습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두텁게 보호하는 것 등을 포함해 청소년 노동보호법 제정과 같은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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