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사단체-정부 강 대 강 대치, 피해는 국민만 본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출근하지 않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의사 부족이라는 현실을 타개하자는 국민적 여론을 뒤로 한 명분 없는 집단행동이다. 정부는 진료유지명령을 내리고 엄벌방침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나 ‘PA(의사 보조)’ 간호사 활용 등 그동안 비판받아온 방안을 꺼내들어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

정부가 19일 밤 11시를 기준으로 전체 전공의 중 95%가 근무 중인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 대한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정부는 근무를 중단한 것이 확인된 831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현장점검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발동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의 병원을 비우면서 수술 취소, 입원 지연 등 환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응급실을 비우는 경우도 있다.

자신들의 이해와 의견에 반한다고 근무 중단부터 하고 나서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박수받기 어렵다. 특히 응급실, 예정된 수술 등에 대한 고려조차 없는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정부의 대응이 옳은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나서 ‘의대 증원 2천명도 부족하다’며 숫자만을 강조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논의는 부족했다. 마치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예견된 것처럼 정책발표와 동시에 엄단 방침이 발표됐다. 퇴로를 막고 진압하는 ‘권력기관’의 행동방식이 정부 정책 운용에 적용된 느낌이다.

나아가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PA(의사 보조)’ 간호사 활용 등을 의료 공백 대책으로 내놓았다. 사회적 논란이 컸던 정책을 느닷없이 위기 국면에 들이밀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PA 간호사 활용에 대해서는 간호사 단체가 협의된 바 없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간호사 처우개선과 보호방안을 담은 간호법을 폐기해 놓고 급하다고 법적 보호 대책 없이 이들을 투입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은 정부가 이번 사태에 신중하지 못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의대 증원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고 정부가 다 맞다고 할 수 없다. 지역 의사 확보, 의료 공공성 확충에 대한 세밀한 로드맵이 부족하면 필수 의료 공백이라는 한국 의료의 위기를 바로 잡기 어렵다. 결국 의료 공공성 확대라는 목표를 놓고 의료계와 대화와 협의를 통해 구체적 방안들을 세워야 한다.

의사단체들과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길어지면 피해는 국민들만 본다. 의사들을 불법으로 내몰고 ‘국민 욕받이’로 만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니다. 결국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부터 대화 창구를 가동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책임지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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