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의 존엄한 죽음과 공감의 키워드로 돌아온, 연극 ‘비 Bea’

연극 ‘비 Bea’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삶을 더 치열하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 연극 ‘비 Bea’가 돌아왔다. 지난 2월 17일부터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세 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다. 5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은 작품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현시대에 맞춰 윤색함으로써 현실적인 시선으로 접근을 예고한 바 있다. 주인공이 선택한 ‘안락사’는 현대 사회에 화두로 등장하고 있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 조명이 무대 위로 쏟아지고 침대 위에 한 여자가 조명 속에서 신나게 춤을 춘다. 그리고 그 여자는 방문을 들어선 한 남자와 마주한다. 남자는 간병인 ‘레이’이고 여자는 오랜 시간 불치병을 앓고 있는 ‘비’이다. 비와 레이의 만남은 한 마디로 운명적이다. 둘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웃는다. 레이는 비의 엄마와 면접이 남아 있지만 비는 레이가 마음에 든다.

자신의 안락사를 엄마에게 부탁하는 딸의 편지


비는 레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편지로 써달라고 부탁한다. 레이는 흔쾌히 비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하지만 엄마를 사랑한다는 비의 이야기를 편지로 옮기던 레이는 점점 얼굴이 굳어진다. 이 편지는 단순히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다. 비는 엄마에게 자신을 안락사시켜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안락사는 그리스어로 직역하면 ‘좋은 죽음 good death’라는 뜻을 갖고 있다. 현대에는 그 의미가 달라져서 ‘불치의 중병 등으로 치료 및 생명 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생물 또는 사람에 대하여 직, 간접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안락사는 법으로 허용하는 국가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안락사는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안락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동반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극 ‘비 Bea’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물론 이 연극은 안락사에 대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다. 안락사를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그 반대도 아니다. 불치병에 걸린 한 젊은 여성 ‘비’를 통해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지, 삶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기를 권한다. 또한 비와 엄마, 간병인 레이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간접 경험하게 해준다.

진정한 삶과 존엄한 죽음에 대하여


오랜 시간 병으로 방 밖을 나가지 못한 한 젊은 여성 ‘비’는 친구도 연인도 없다. 밤새 친구들과 춤을 추러 다닐 수도 없고 여행을 갈 수도 없다. 맛집을 다닐 수도 없고 섹스도 할 수 없다. 그 나이 또래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비에게는 금기이다. 비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것이 앞으로 죽는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면접을 통과한 레이는 비를 간호하게 된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레이는 다른 간병인과 많이 달랐다. 레이는 단순히 환자를 간병하는 간병인이 아니라 비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비는 레이와 함께 웃고 함께 춤을 추며 짧은 해방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비는 엄마 캐서린에게 자신의 편지를 전하게 되고 캐서린은 자신을 안락사시켜달라는 딸의 편지를 읽게 된다.

비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음식을 먹고 진통제를 먹고 정해진 시간에 취미 시간을 갖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야 한다. 앞으로도 그런 삶에는 변함이 없다. 비의 삶은 살아있어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살아있어 비참하다고 해야 할까? 과연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 연극 속 비는 우리에게 죽음이 아니라 삶을 돌아보게 한다.

공감을 전하는 따뜻한 동화로 돌아온 이야기


관객을 감동시키는 또 다른 지점은 레이가 보여주는 공감의 힘에 있다. 공감의 힘이 병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삶의 무게를 툭툭 털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레이는 안락사를 선택하려는 비의 고통에 공감하며, 오직 자식을 위해 살아온 엄마 캐서린의 마음도 무장해제시킨다.

무대를 잘 활용한 것은 이 작품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회색빛의 방 한쪽에는 비가 만들어 놓은 화려한 귀걸이들이 걸려 있다. 비가 고통으로 몸부림친 횟수만큼 화려한 귀걸이들은 개수를 늘려갔을 것이다. 한정된 공간이 삶의 전부였던 비는 극의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방 밖을 나가게 된다. 거대한 벽면이 걷히고 푸른 자연 속을 춤추듯 날아다니는 비의 모습을 보는 순간 관객 역시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비 역에 배우 이지혜, 김주연이, 레이 역에는 배우 강기둥, 김세환이 캐스팅됐다. 엄마 캐서린 역에 배우 방은진과 강명주가 무대에 오른다. 연극 ‘비 Bea’는 3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연극 ‘비Bea’

공연장소 : LG아트센터 서울-U+ 스테이지
공연날짜 : 2024년 2월 17일(토) ~ 3월 24일(일)
공연시간 : 화~금 20시/토, 일, 공휴일 15시, 19시/3월 1일(금) 15시, 19시/3월 24일(일) 15시/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타임 : 120분
관람연령 : 14세 이상 관람 가능
창작진 : 연출 이준우/윤색 황정은/무대 디자이너 최영은/조명 디자이너 노명준/음악, 음향 디자이너 지미세르
출연진 : 방은진, 강명주, 이지혜, 김주연, 강기둥, 김세환
티켓예매 : 인터파크 티켓
공연문의 : 02-74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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