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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주 부의장의 경우, “오라는 사람이라 가는 사람이나”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4일 국민의힘에 공식 입당했다. 김 부의장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경선 감점 대상인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됐다고 통보받자 "모멸감을 느낀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달 1일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입당 제안을 받았고, 3일 만에 공식 입당했다.

김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정치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로 쓰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낙천시킨 이재명 당 대표를 겨냥한 표현이라고 풀이된다. 김 부의장은 또 "앞으로도 생활 정치와 주변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2004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후 2012년 이후 세 번 연속 영등포갑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민주당 몫의 현역 국회부의장이기도 하다. 공천에 불만을 품어 탈당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어떤 정치인들은 경쟁하는 당의 공천을 노리고 당적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계 출신으로 일말의 상징성이 있고, 민주당의 추천으로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인사가 하루아침에 당을 바꾼 건 황당한 일이다. 현역 국회 부의장이 임기 중에 당적을 바꾼 경우도 전례가 없다.

김 부의장을 영입한 국민의힘도 딱하다. 김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으로 일했고, 국민의힘이 강하게 비난해 온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당사자다. 아무리 '적의 적은 동지'라지만 이런 식의 행태가 지지층이나 유권자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 믿기 어렵다. 한 위원장은 이를 묻는 기자들에게 "김 부의장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신봉하고 경쟁을 장려하는 정책을 가진 분"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기준이라면 여야가 나뉘어 다툴 이유가 무엇이겠나.

민주주의 정치는 시끄럽기 마련이다. 노선과 정책에 따른 갈등도 있지만, 오직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권모술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금기는 있기 마련이다. 주요 정당의 지도급 인사가 아무런 변화의 조짐이나 맥락도 없이 당을 갈아타고, 상대 당의 지도자는 이걸 또 자신의 성과인 양 내세운다면 선을 넘어도 많이 넘는 경우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말 비대위 첫 회의에서 "궁중 암투나 합종연횡하듯이 사극을 찍고 삼국지 정치를 하지 말자"고 말한 바 있다. 이게 '삼국지 정치'가 아니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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