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반일 감정엔 피해의식, 강박관념, 열등의식 병존” “일본인들의 혐한은 한국의 반일에 대응한 것” “한일 관계 파국의 배경엔 한국 국민들 반일 감정이 자리하고 있어”
인천 연수구갑 지역구에 국민의힘 단수 공천을 받은 정승연 후보가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피해의식”, “열등의식” 등으로 수차례 기술한 사실이 확인됐다.
6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인천시당 위원장을 역임했고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는 정 후보는 지난 2021년 펴낸 저서인 ‘일본, 동행과 극복’에서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복잡하다. 일본 제품과 일본 요리를 좋아하고 일본 여행을 그렇게 많이 가면서도 일본과 갈등이 생기면 온 국민이 반일로 뭉친다”며 “거기에는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핍박받았다고 하는 피해의식과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병존한다. 우리가 부족해서 당했다는 열등의식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의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이제 일본이라는 나라에 당당해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피해의식이나 강박관념, 열등의식과 같은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썼다.
또한 정 후보는 한국의 반일 감정과 일본의 혐한 감정이 ‘상호의존적’이라며, 한일 관계 파국의 원인이 한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에서 기인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일제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그에 따른 일본의 강경한 대응을 언급하면서, “한일 관계가 이렇게 파국으로 치달은 배경에는 양국 국민들의 상대에 대한 깊은 불신, 즉 반일과 혐한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기술했다.
이러한 표현들은 반일 정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과거 일본의 불법 침략 및 전쟁범죄의 심각성은 물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문제의식을 지우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정 후보는 한국 사법부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라고 해설하며 일본의 전쟁범죄를 외면한 채 원인과 결과를 희석시키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선언한 데 대해 “국민들의 반일 정서를 확대시켜 정권 기반을 다지는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2018년 대법원 판결 당시 일본의 반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정치적 타결을 시도했다면 그 이후의 상황 악화는 막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한국 정부가 일본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사법부 판결 취지에 반하는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 후보는 참고 문헌으로 친일 뉴라이트 성향의 김호섭 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의 저서를 표기하기도 했다. 김 전 이사장은 정부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고, 친일·독재 미화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한 인물이다.
정 후보는 저서 내용에 대한 이 같은 지적과 관련, “사실과 달리 축소, 삭제 등 왜곡된 부분이 많아 책 내용 및 저자의 주장과 상이함을 알려드린다”며 강경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정 후보는 과거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이후 일본 가나자와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
일부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편향적 언행과 왜곡된 역사관 등은 그동안 수차례 반복되어온 고질적 문제다. 특히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 단수 공천을 받은 성일종 의원은 지난 3일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해 일본의 본격적인 조선 식민 지배 기틀을 마련한 이토 히로부미를 “일본이 키운 인재”라고 평가해 논란이 됐다. 성 의원은 이날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해 “이토 히로부미는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해당 발언을 문제 삼은 취재진에게 “그런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것 자체가 열등의식”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작년 10월 페이스북에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조선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라며 일본의 식민 지배가 조선 왕조의 무능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가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의원을 지내다가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된 신원식 장관은 지난 2019년 극우 단체 태극기 집회 연설에서 “우리는 매국노의 상징으로 이완용을 비난한다. 그러나 당시 대한제국은 일본에 저항했다 하더라도 일본과 국력 차이가 너무 현저해 독립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라며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