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 대통령 “군사보호구역 해제” 등 발언, 선관위 제재 사례와 일치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을 방문해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2.22.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주 2~3회 진행하고 있는 민생토론회 발언들 중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포함한 상당수가 행정안전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재 사례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지역 순회 민생토론회가 선거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러한 주장과 어긋나는 객관적 근거 기준이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12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행안부와 선관위는 총선과 같은 전국단위 선거를 앞두고 각각 ‘공직선거법 등에 따른 공무원이 지켜야 할 행위기준’, ‘공무원의 선거관여행위 금지 안내’ 자료집을 발간해왔왔는데, 여기에 담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및 위반 우려’ 및 ‘공무원이 할 수 없는’ 사례 상당수가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발언 사례와 부합한다.

행안부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발간한 자료에는 ‘선거중립 의무 위반 우려가 있어 자제를 요청한 사례’로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일자리 창출, 특별소비세 인하, 군사보호구역 해제 등 각종 정책을 발표하는 행위”라고 돼 있다. 이는 2000년 1월 선관위 유권해석 사례로, 당시 선관위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자제하도록 해 달라는 신청인의 협조요청을 수용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19회차 동안 발표한 ▲지역별 일자리 창출 ▲서산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울산 그린벨트 해제 및 농지이용 규제 해제 ▲출산지원금 비과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원전 시설 투자 및 R&D(연구개발) 세제 혜택 등이 위에 특정된 선관위 제재 사례에 부합한다.

행안부는 같은 자료에서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우려가 있는 또 다른 사례로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이뤄진 국무위원 등 고위공직자의 지방방문 – 국무위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선거 임박 시기에 연두순시 등의 일환으로 지방을 방문하면서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지역정책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형식과 거의 일치한다.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지역 특화 공약을 발표하면 부처 관계자가 이에 부합하는 방향을 설명하고, 지역 주민이나 이해 당사자로 특별히 초청된 민간인들이 해당 정책들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선관위는 2000년 3월 위 사례와 관련해 “선거와 관련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선거일 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해달라”는 신청인의 협조요청을 수용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행안부와 선관위가 발간한 자료 기준으로도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발언 상당수가 금지 기준에 저촉된다. 두 기관은 공직선거법 및 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토대로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상 ‘할 수 없는 사례’로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정부정책 홍보”를 특정했다. 이들 기관은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정당 또는 후보자 간 입장을 달리할 수 있는 정책이 포함된 내용의 교육(설명회)을 광범위하게 실시하는 것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돼 선거법 9조와 60조 등에 위반될 수 있으므로 선거일까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모든 민생토론회가 정부 정책 홍보 형식으로 진행되어왔다.

또한 행안부와 선관위가 대부분 발간 자료에서 “국가기관장이 단체초청 강연에서 정부정책과 관련해 전 정부를 비판하고 현 정부를 호평하는” 행위를 “후보자 선택 기준을 제시”하는 사례로 규정하고, 제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 민생토론회 발언과 부합한다. 윤 대통령은 당시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과 관련해 “무모한 탈원전 정책”, “이념에 매몰된 비과학적 국정운영이 원전 기술을 사장시키고, 기업과 민생을 위기와 도탄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선관위의 적극적인 해석과 제재 필요성이 제기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12일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그동안 유권해석을 한 사실에 있어서 그 기준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개별 발언이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자료집 사례들이 기준이 되기는 하나, 개별 사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다른 전체적인 요소를 다 고려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일률적으로 선을 긋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법무법인 ‘율립’ 오민애 변호사는 “선관위의 기준은 선거 과정에서 특정행위의 적법성,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되고, 재판까지 가게 되는 경우에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같은 기준이 적용됨에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면, 선관위 역할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선관위 역할과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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