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인임의 일터안녕] 보호 대상에서 아예 빠진 감정노동자가 있다?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 보호 조항이 만들어졌다. 시민·노동사회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서비스산업의 확대와 ‘손님은 왕’이라는 기업의 이데올로기가 합쳐져 일하는 사람의 50%를 훌쩍 넘기는 노동자들이 과도한 고객의 요구나 폭력에 고통받아 왔기 때문이다. 보호법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첫째로 피할 권리의 확보였고 두 번째는 막무가내 고객을 어떻게 응대할지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게 된 노동자들에게는 기업차원에서 휴게시간을 제공하고 치료나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건강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잘 짜인 보호규제가 현장에서 작동하는 일만 남았다. 그래서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활동해 왔던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시민·노동단체로 구성된 조직. 필자는 이 조직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에서는 2018년 이후 법의 연착륙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다.

1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콜센터 노동자 및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코로나 시기 콜센터 상담사 노동자 권리보장 캠페인 콜 없데이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11 ⓒ김철수 기자

그 과정에서 아예 법의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법 적용 대상이 되지 못하는 집단도 있고 법 적용 대상이지만 조건과 상황에 의해 결과적으로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 집단들이다. 특히 법 및 하위법령 조문이 애매해 해석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고 모호한 영역도 발견되었다. 이는 향후 22대 국회나 정부에서 해결해 가야 할 영역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 업무 스트레스 문제는 노동자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과에도 긍정적이지 않다. 또한 불건강한 사회갈등 문제도 낳을 수 있다. 여기에서 몇 가지 주요하게 개선되어야 할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규모 유통업체(백화점, 마트, 면세점, 복합쇼핑몰 등) 입점업체 노동자 보호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곳에는 수많은 업체가 입점해 있고 다양한 계약형태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입점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입점업체가 아닌 유통매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감정노동에 노출되는 장소 또한 유통매장이다. 그러나 유통업체 관리자들은 입점업체 노동자들을 사실상 보호하지 않고 있으며 바깥에 상주하는 입점업체 또한 실시간 발생하는 유통업체에서의 고객갈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유통업체에서 입점업체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즉, ‘사업장의 일부를 분리하여 장소 및 설비, 기계 등을 임대·위탁·용역을 줘서 하는 사업주’의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 교육 부재 시 벌칙 적용할 필요가 있다. 감정노동자 보호에 있어 중요한 사업주 의무 중 하나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사업장 매뉴얼(고객응대매뉴얼)이고 이 내용을 교육해야 실질적으로 감정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실행할 수 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시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벌칙이 없어 매뉴얼도 없고 교육도 진행하지 않는 사업장이 부지기수인 상태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태료 또는 벌금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대규모 유통업체 입점업체, 가맹점주의 노동자,
특성화고 실습생, 방문노동자 등
보호에서 제외된 이들에게 변화의 소식 전해지는 총선 기대


셋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가맹점 노동자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법률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감정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에서 배제되어 있다. 그러나 수많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차별이다. 특히 하나의 원청을 가진 전국의 가맹점(프랜차이즈 및 택배처럼 지역의 다양한 사업주)의 경우 가맹점주의 노동자 보호조치가 가능하지 않은 점도 원청이 노동자 보호를 해야 할 이유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모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감정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하나의 원청이 전국적으로 가맹점(프랜차이즈, 대리점)을 두는 구조를 가진 경우 가맹사업자의 영세성 등을 고려할 때 시행규칙 매뉴얼 관련 사항은 가맹본부(원청)가 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영화 ‘다음 소희’에서도 나타났듯이 특성화고 실습생의 감정노동 문제는 이미 천하에 드러났고 이 때문에 2020년 이들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간호사, 간호조무사, 초·중·고 교생, 다양한 대학의 실습생 등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실습과정에 있는 지위의 노동자들은 감정노동자 보호규제, 더 나아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

다섯 번째, 방문노동자 문제이다. 방문노동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렌탈 분야 종사자, 요양보호사, 가사노동자, 검침원, 소독원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성)폭력, 반려동물 물림사고 등 다양한 위험에 놓여 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2인1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받는 장소 또는 이용자의 상태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면 반드시 2시1조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2인1조가 구현된 곳은 울산의 도시가스 검침원 정도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위험 업무의 경우 ‘감시자’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 매우 많다. 이런 개념으로 2인1조 작업의 개념을 입법할 필요가 있다.

감정노동인 콜센터에 내몰린 특성화고 실습생을 그린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마지막으로 피해노동자 휴식과 심리상담 유급화 문제이다.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고객으로부터 폭력이나 업무빙해 등을 겪은 노동자들에게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휴게시간의 연장,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관련 치료 및 상담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사항이 모호해 휴게시간의 연장 규모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이 시간은 유급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으며 심지어 고용노동부에서도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피해노동자들은 충분한 휴식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휴게시간을 사용했다고 임금을 삭감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휴게시간 이후 심리상담으로 즉각 연계가 되지 않음으로 인해 30분 정도의 휴게 이후 다시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노동자 트라우마를 줄일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제대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런 문제를 각 정당에게 물었다.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이제 그들이 정상적 사고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공은 그들에게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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