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좌파 정권의 성공 속에 대선과 총선 맞이하는 멕시코

첫 좌파 대통령인 AMLO가 6년 임기를 마치고 올해 물러나는 가운데 멕시코가 대선과 총선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2018년 12월 1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가 6년 임기의 멕시코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부정부패, 폭력, 불평등 등을 심화시킨 기득권 정치에 염증이 난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두 번의 대선 실패 끝에 대통령이 됐다.
멕시코에서는 1929년부터 2000년까지 제도혁명당(PRI)이 집권해 사실상의 일당 통치 체제였다. 2000년에는 71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어 보수 우파 정당인 국민행동당 (PAN)이 집권하였으나 2012년 PRI가 다시 대선에서 승리하여 2018년까지 멕시코를 통치하였다. 따라서 AMLO 정권의 출범은 1929년 이후 89년 만에 보수 우파에서 중도 좌파로 정권이 교체되었다는 점에서 멕시코 현대사의 일대 전환점이었다. 
AMLO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임기 기간 내내 60% 이상의 지지를 받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좋은 지도자 중 하나가 됐다. 취임 당시의 노인 복지비를 5배 이상 늘리는 등 사회복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매년 2자리수로 늘리며, 판사와 검사를 포함한 공무원의 연봉을 삭감하고, 기업의 법인세를 증대하는 등 서민을 위한 사회경제적 정책을 꾸준히 시행한 덕이었다.  
이제 AMLO의 임기가 곧 끝난다. 오는 6월 1일이면 대선과 총선, 지방 선거를 치르는 멕시코의 정치적 상황을 살펴보는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Mexico’s Historic 2024 Election Campaign Enters the Final Stretch

멕시코의 총선 선거운동 기간이 3월 1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2018년의 8,910만 명보다 많은 약 9,890만 명의 멕시코 국민이 6월 2일 새 대통령, 의회, 주 의원, 지방 공무원,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9개 주의 주지사를 뽑는다. 멕시코의 선거를 관리하고 주관하는 국가선거관리위원회(INE)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공직 약 2만 개가 총선으로 결정된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선거로 멕시코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대통령직을 놓고 퇴임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대통령의 좌파 정책을 지지하는 3당 연합체 ‘기사모스 하시엔도 히스토리아’(역사를 계속 만들어 나가자)의 대표인 62세의 클라우디아 샤인바움과 중도우파 3당 연합 ‘푸에자 와 코라손 포 멕시코’(멕시코의 힘과 심장)의 희망으로 비센테 폭스 정권(2000~2006)에서 일했던 61세의 소치틀 갈베스 루이즈가 경쟁하고 있는데, 두 후보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38세의 정치인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가 중도파 ‘시민운동당’(MC)의 후보로 출마했지만, 이 남성 후보는 ‘여성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본선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바레즈의 전망이 더욱 어두운 이유는 MC의 핵심 중 하나인 할리스코 주지사 엔리케 알파로가 당 지도부의 현재 방향과 전략을 맹렬히 비판하고, 그들이 허풍과 어리석음으로 가득 차 있다고 일축하며 MC의 선거운동을 돕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현 정권의 4T 정책(네 번째 변화)을 계속 추진할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다. 4T는 주요 경제 부문에 대한 국가 통제권 재확립, 부패와 정부의 낭비 억제, 국가의 주권 재확립, 부의 재분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멕시코의 첫 좌파 대통령인 AMLO의 상당한 존재감이 중앙 선거와 도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외에도 여러 지역 문제와 인물 등도 선거운동과 선거 결과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위해 형성된 연합들이 독자 행보를 선호하는 주나 시의 차원에서도 똑같이 꾸려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야권의 3당 연합과 MC 모두 신자유주의 우파 성향이다. 갈베스의 대표적인 지지자이자 전 관광부 장관인 미겔 데라 마드리드 대통령(1982~88년)의 아들인 엔리케 데 라 마드리드는 최근 TV에 출연해 보수 야권의 철학을 정리한 바 있다. 그는 고령화로 인해 젊은 층이 풍부하다는 멕시코의 보너스가 곧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경제 성장이 꼭 필요한 시기에, 현 정권의 국가 통제와 자유경쟁에 반하는 기업 철학을 비난했다.

그러나 노년층, 저소득 학생 및 소작농을 지원하는 AMLO의 진보적인 사회정책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보수 야권은 이런 정책의 철회를 주장하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AMLO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도 못한다. 우파의 단일 후보인 갈베스조차 AMLO의 정책을 이어가고, 노인정책에서 AMLO나 그의 후계자 샤인바움보다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진보적인 사회정책을 건드리지 못하는 우파가 현 정권을 비판하는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안전과 치안이다. 만연한 조직범죄와 폭력으로 멕시코 전역이 피와 공포, 강제 이주에 휩싸여 있어, 야권은 강압이 아닌 상호이해와 대화로 이 문제를 풀려는 AMLO의 접근 방식을 집중적으로 비난한다.

그래서 가베스가 최근 대중 인식 조사에서 멕시코의 가장 불안정한 자치시로 평가된 자카테카스 주의 프레스닐로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같은 날 가베스는 폭력에 시달리는 또 다른 주인 과나후아토로 이동해, 멕시코 독립운동의 요람인 그곳에서 피로 인증문서에 서명하며 기존의 사회 정책을 축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정년 연령도 65세에서 60세로 낮추겠다고 했다.

반면 여당 후보 샤인바움은 60세부터 64세까지의 여성에게 65세 정년에 이를 때까지 두 달에 한번 반 연금을 지급해 여성의 독립성 증대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1964년부터 2000년까지 권력을 독점했던 보수연합 소속의 제도혁명당(PRI)은 19세에서 25세 사이의 청년에게 6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총 7,140달러를 분할 지급하겠다는 텔레비전 광고를 방영 중이다.

뒤처진 알바레즈도 이에 뒤질세라 폭력에 시달리는 할리스코의 라고스 데 모레나에서 선거운동의 막을 올렸는데, 그가 등장하기 몇 시간 전부터 그 주변에서 7구의 시체가 흩어져 발견되기도 했다. 샤인바움도 AMLO의 정치철학인 멕시코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사회적 개혁을 더욱 확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100가지 실행 조치에 치안 강화를 포함시켰다.

다시 치안 문제로 돌아가서, 특히 지역에서 후보자의 안전이 다시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마약이 만연한 마초아칸 주와 게레로 주는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이다. 마초칸 주에서 2월에 발생한 마라바티오 시장 예비 후보 두 명(한 명은 여당, 한 명은 야권이었다)의 살해 사건이 그 지역을 정치적으로 통제하고 마음대로 경찰을 조종하고 공공 자원 갈취하려는 범죄 조직의 소행이었다.

3월 초에는 게레로 주에 있는 아토야크 데 알바레즈의 알프레도 곤잘레스 디아즈 시장 예비 후보가 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에게 피살됐다. 곤잘레스는 4T를 지지하는 여권 선거 연합의 노동당(PT) 소속이었다. (그에 앞서 1월에는 같은 지역에 있는 쿠알락의 마누엘 에우헤니오 아리아 노동당 시장 예비 후보가 살해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커피와 농업의 고장인 아토약은 게릴라와 반란, 그리고 1970년대 좌파 게릴라와의 전쟁 당시 멕시코 보안군의 손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수백 명의 실종으로도 유명하다.

역사를 이어가다

3월 1일 멕시코시티 조칼로 광장에서 수만 명의 지지자 앞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한 셰인바움은 100가지 행동 목록을 낭독하며 멕시코 역사의 흐름을 바꾼 중추적인 인물이라고 AMLO를 칭찬했다. ‘그는 돈의 힘에 굽히지 않고 국민과 국민의 존엄을 신뢰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나는 AMLO 정권의 마지막도 창대할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적 사명이 분명한 셰인바움은 젋은 활동가부터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후보가 되기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얘기했다. 꾸준한 정치 활동 속에서도 에너지 공학 박사 학위를 딴 셰인바움은 2000년대 초 AMLO가 멕시코시티 시장을 당시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위원 중 한 명이었다. 셰인바움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멕시코시티 시장을 역임했는데, 이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샤인바움은 6년 전 2018년 대선 당시 인디오 출신이었던 베니또 후아레스 전 대통령(1867~72년)의 기념비 앞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한 AMLO를 연상시키며 3월 2일 같은 멕시코 국경 도시에서 지지자, 비즈니스 리더, 기자, 마킬라도라(1965년부터 미국과의 접경 지역에 보세 가공 형태의 무역을 허용하는 형태로 출발한 멕시코판 경제자유구역) 노동자를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경인 이곳에서 첫 유세를 하기로 한 것은 이곳이 멕시코가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베니토 후아레스가 프랑스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 이곳, 여성에 대한 폭력의 상징인 이곳에서 나는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기 위한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했다’.

집회 후 인터뷰에서 셰인바움은 공공-민간 투자, 사회 복지, 환경 보호, 교육, 의료, ‘상생’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공약을 정리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성차별, 공정성, 사회 정의, 치안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국제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대선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두 국가의 정치적 전환이 시기뿐만 아니라 주제와 분위기에서도 서로 얽혀 있다.

멕시코는 이미 연초부터 시끄러웠다. 이전 대선에서 마약 조직의 돈이 AMLO의 선거운동에 쓰였다는 주장이 외신을 통해 쏟아져 나왔고, AMLO의 반격도 계속됐다. 기자와 멕시코 정치인의 휴대폰 번호 유출 사건도 터졌고, AMLO에 대한 수많은 정치적 공격이 아르헨티나의 클릭 농장(SNS의 추천 수나 조회수, 클릭 수 등을 조작해주는 업체)으로 연결됐음이 드러나 큰 파장이 일었다. 멕시코의 대미 철강 수출을 둘러싼 마찰과 멕시코 국적자에 대한 캐나다의 새로운 비자 제한 조치로 뉴스가 풀가동됐다.
그러다가 멕시코 선거기간이 시작되기 전날인 2월 29일, 미국의 11월 대선에서 리매치를 펼칠 것이 거의 확실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적으로 멕시코 국경을 방문했다. AMLO가 멕시코를 미국 정치의 피냐타로 만들지 말라고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가 또다시 이웃 강대국의 주요 정치적 소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의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지지자 사이에서 인기 많던 수사를 다시 꺼내 들어 불법 입국자와 난민을 범죄자나 미친 사람과 비교하면서 미국이 ‘침공’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다가 공화당의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 등이 망명 신청자와 관련해 트럼프 정권의 ‘멕시코 잔류 정책’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해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존슨은 나아가 ‘우리는 미국이니까’ 멕시코가 자기네 말을 들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미국이 힘으로 중남미의 내정에 간섭하던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게 했다.

과거와 현재의 목소리

한편 선거를 앞두고 멕시코의 시민사회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최근 멕시코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선거운동의 열기 속에서 무시될 때가 많은 근본적인 사회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십 개의 원주민, 환경, 인권, 보건, 중소기업 관련 단체는 이 성명서에서 후보들이 보건, 환경, 인권 및 원주민의 권리를 우선시하도록 요구했다. 이들은 후보가 민간 부문과의 이해관계를 모두 공개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으며, 상업적 이익 때문에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한편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AMLO는 선거 규칙에 따라 6월 2일까지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정부의 업적을 홍보하지 못한다. 그래서 AMLO는 대신 매일 실시하는 아침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의 역사와 위인에 대한 문구를 하나씩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비옥한 역사에서 영감을 얻지 못하면 어떻게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는가. 이상과 원칙 없이 어떻게 발전하겠는가. 이상, 철학, 꿈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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