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해외 도피용’ 대사 임명, 호주 최대언론 대대적 보도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9.26. ⓒ사진=뉴시스

김건희 여사의 디올 핸드백 사건 보도가 나온 지 한 달 만에 한국이 또다시 호주 언론에 등장했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가디언 등의 주요 외신을 장식했던 김건희 여사의 ‘2000달러 디올백 사건’을 2월 13일 첫 면에 보도했던 호주의 신뢰도 1위 공영방송인 ABC가 12일(현지시간) 이종섭 호주 대사의 입국을 또 다시 첫 면에 올린 것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임명될 때까지만 해도 호주의 분위기는 좋았다. ‘한국이 호주와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듯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차기 대사로 임명했다’고 한 호주 방산매체 APDR를 필두로 언론이 그의 이력을 소개하며 환영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중,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 해제로 핵심 용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해외 도피를 했다는 ABC의 보도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ABC 기사 전문을 보자.

‘한국대사 이종섭, 자국 비리 수사에도 불구하고 호주 입국’

한 병사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비리 수사에 연루된 중에 호주 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에 도착했다. 지난주 말, 한국 법무부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해 새로 임명된 대사가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수색 임무 중 사망한 채 상병의 사망에 대한 해병대의 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계속 공수처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3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보수정권이 김완중 현 호주대사의 후임으로 그를 지명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중대 범죄의 피의자인 이 전 장관에게 외교관이라는 직함을 줘서 그의 해외 도피를 도왔다. 대통령이 주도하고 진행한 채 상병 수사외압 핵심 공범의 해외 도피극이 현실화 했다’며 반발했다.

권력 남용 의혹

민주당은 한국의 외무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권력 남용과 진행 중인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공수처에 형사 고소하는 한편, 국가기관이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도왔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요일 밤 인천국제공항에 모여 이 전 장관이 대한항공 항공편을 타고 출국하기 전 그의 임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이 월요일 아침 일찍 호주 브리즈번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곧 수도 캔버라로 이동해 한국의 차기 대사로 대통령 신임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와 한국 외무부는 지난 1월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음을 몰랐다고 주장했고, 이 전 장관이 법무부에 로비를 벌여 출국금지조치를 철회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호주 외교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호주 외교통상부는 이 전 장관의 입국을 환영했다.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ABC 방송에 ‘호주는 한국과의 중요한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이 내정자가 새로운 역할로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 상병이 사망하기 두 달 전인 지난 5월, 리처드 말레스 호주 국방부 장관은 이종섭 당시 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 간 군사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두 달 후 한국 기업 한화는 말레즈 장관의 빅토리아주 선거구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호주 육군 신형 보병 전투차량 제작업체로 선정됐다.


기사는 여기까지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은 12일 오후 호주 정부에 대통령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신임장은 해외에 파견되는 대사가 자국 국가원수에게 받아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제정하는 문서인데,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는 수여식을 치르지 않아 신임장 원본도 없이 출국했다.

고위직에 임명되기 전에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임명 후보는 자기가 먼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서 제출하는데, 그 항목 중 하나가 본인이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는지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를 몰랐을리 없지만, 그럼에도 이 전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고, 국제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국이 부패한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될까 걱정스럽다는 시드니 촛불행동을 주축으로 한 호주 교민들이 13일 주호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이 대사 부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드니 촛불행동은 지난 9일에도 시드니 애쉬필드 교회의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이 대사의 임명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외교 참사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외교로 인한 한국 이미지 실추 우려가 불거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성조기에 경례를 해 논란을 자초했고, 2022년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갔지만 조문을 건너뛰고 리셉션으로 곧바로 향했다. 같은 달 미국 순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잠깐 만난 뒤 한 ‘이 XX’ 발언으로 큰 물의를 빚었고, 2023년 1월 중동 순방 중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오래 유지되어온 이란과의 관계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도 2022년 11월 캄보디아 방문 중 캄보디아가 자랑스러워하는 앙코르와트를 방문하는 배우자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현지 병원을 방문에 구호 활동을 하는 듯한 사진을 계속 촬영하고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의전 요구에 항의해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를 초치했는데 한국 측에서 어떤 부인이나 항의도 하지 않아 귀책사유가 한국에 있음을 보여줬고, 지난 2월에는 불과 4일 전에 독일과 덴마크 순방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연기해 큰 파장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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