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람 웃기는 데에는 약간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실의 사람 웃기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개그 감각이 있으면 부활한 개그 콘서트에나 출연할 일이지 왜 대통령실을 꿰차고 앉아 나라를 망치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실로 대한민국 최대의 재능 낭비 아닌가?
MBC의 15일 보도를 보니 이종섭 주 오스트레일리아 대사 부임을 두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좌파가 놓은 덫에 우리가 제대로 걸린 거”라고 평가했단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논란이 벌어졌을 때 대통령실이 “함정취재”라고 펄쩍 뛰었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흔들려는 종북인사들이 놓은 덫”이라고 표현했던 그 이야기다. 뭐만 하면 덫 타령 하는 게 이 정부가 보여주는 개그의 핵심이다.
나는 이 두 사건을 덫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만보를 양보해 대통령실의 주장이 사실이라 치자. 무슨 일국의 대통령 부부가 함정을 파고 덫만 놓으면 다 걸리나? 그것도 지들 표현대로라면 ‘제대로’ 걸렸다.
덫은 주로 야생동물을 포획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고 우리나라에서는 쥐를 잡는 데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됐다. 그러면 묻자. 대통령 부부의 지능이 설치류에 속하는 그 생쥐 수준이라는 건가?
주로 길고양이를 중성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고양이 포획틀을 설치해도 고양이는 포획틀에 쉽게 낚이지 않는다. 좋아하는 먹이가 있어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좌파가 덫을 놓을 때마다 낚이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지능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유다.
심지어 태영호 의원에 따르면 명품백 덫은 종북세력이 놓은 거다. 그러면 이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 아니냐? 북한도 아니고 일개 종북세력이 놓은 덫에도 제대로 걸려 허우적거리는데 북한이 페이크 몇 번 쓰면 아주 나라 전체를 대차게 날려먹겠다?
속았다고 말하는 게 다가 아니다
누군가가 명품백을 선물로 주는데 공직자 가족이 그걸 덜컥 받았다. 공수처가 1월에 출국 금지를 시켰는데 대통령실이 그 당사자를 3월에 오스트레일리아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을 강행했다. 뭐가 덫이라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게 덫이라면 못 피하는 게 너무 신기한 거다.
명품백은 안 받으면 그만이고, 출국금지가 내려진 인사는 외국으로 안 보내면 간단히 해결된다. 생쥐도 이 정도 간단한 덫은 피하겠다. 이것도 못 피하는 머리(대가리라고 쓰려다 참은 거다)로 어떻게 나라를 통치하나?
허접하긴 하지만 나도 기자 생활을 20년 넘게 한 사람이다. 취재원이 촌지라 불리는 뇌물을 주려는 시도를 몇 번 한 적도 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내 도덕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촌지를 받으면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상식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었든 나는 이런 간단한 덫에 걸릴 정도로 무식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두 문제는 대통령실이 “우리는 속았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할수록 수렁에 빠진다. 본인들의 지능 수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알고 받았다면 뇌물을 꼬박꼬박 챙겨 받은 악랄한 범죄자고, 덫에 빠졌다면 지능이 생쥐만도 못한 멍청이 범죄자가 된다. 뭐가 될래? 어차피 범죄잔데 멍청한 것보다는 악랄한 게 나은 거 아니냐?
범죄와 처벌의 경제학
자, 이렇게 지능이 설치류에도 못 미치는 자들에 대해 아주 고급(?)스러운 분석을 하나 덧붙여보자. 워낙 스스로 지능이 낮다고 인정하는 자들에게 이런 고급(?) 분석이 가당키나 할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Gary Becker)라는 경제학자가 있다. 이 학자는 범죄경제학이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인물이다. 인간이 왜 범죄를 저지를까? 베커는 범인이 범죄를 결심할 때 범죄에 드는 비용과, 범죄가 가져올 이익을 비교해서 어느 쪽이 큰지를 판단한 뒤 범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실제 베커의 경험담이기도 한데, 베커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지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 주차장이 만차 상태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베커가 불법주차라도 해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스스로 번개처럼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단다. 즉 불법주차로 시간을 벌어 강의 시간을 지켰을 때 얻는 이익(학생들에게 신뢰를 얻고, 학교로부터 징계도 피하고 등)과, 불법주차로 치러야 하는 비용(딱지를 뗄 확률과 딱지를 뗐을 때의 벌금)을 순식간에 고려해 비교했다는 것이다.
만약 여기서 얻는 이익이 비용에 비해 크면 불법주차를 한다. 반대로 얻는 이익이 비용에 비해 작으면 불법주차를 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베커가 내린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다.
베커는 자신의 이 생각을 경제학적으로 발전시켜 범죄의 비용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계산했다. 베커는 범죄 때 예상되는 비용을 ‘적발될 확률(체포나 구속 등)×처벌 강도(형량)’라는 공식으로 수치화했다.
자, 이 공식을 이용해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행적을 분석해보자. 뇌물 수수 범죄의 적발확률은 뭐라 말하기가 좀 어렵다. 모든 뇌물 범죄가 그렇듯이 받을 때에는 절대 적발이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선가 터질 때가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뇌물 범죄일수록 적발될 확률이 꽤 된다. 김건희 여사가 이걸 몰랐다면 그의 지능을 다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처벌이다. 대통령 가족의 뇌물 수수라는 엄청난 범죄다. 적발됐을 때 사회적 파장도 엄청나다. 그런데 보다시피 김건희 여사에게는 어떤 처벌도 내려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절대 권력자의 반려자이기 때문이다.
“어휴, 자꾸 이런 걸···, 이제 정말 하지 마세요”라며 태연히 명품백을 받는 그의 모습에서 무엇이 느껴지는가? 바로 ‘처벌 확률 0%’라는 확신이 느껴진다. 이런 확신을 깨야 범죄를 막을 수 있다. 김건희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다.
이종섭 오스트레일리아 대사 문제는 좀 다르다. 이 문제는 적발 확률이 꽤 높았다. 엄연히 출국금지가 된 사람을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빼돌릴 때, 이게 적발이 안 될 거라고 믿었다면 정말 그 뇌는 빠가사리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예상되는 처벌 수위도 꽤 높다. 여기서 처벌이란 단지 감옥에 몇 년 갇히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 사건이 밝혀졌을 때 생길 사회적 파장도 처벌에 속한다. 그리고 그 파장은 만만찮을 게 분명했다. 누가 봐도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외압수사 의혹을 받는 당사자를 대통령실이 도피시킨 것으로 보일 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적발 확률도 높고, 사회적 파장도 클 게 분명한 이 도피를 대통령실이 감행한 이유가 뭘까?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종섭 대사가 수사를 받아 채 상병 사망 사고 외압 의혹이 낱낱이 밝혀지는 것보다 대사로 도피시켜 얻어먹는 욕이 훨씬 감당할만 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지금보다 사회적 파장이 더 커야 한다. 그런 사회적 처벌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앞으로 이런 얍실한 도주극을 시도할 확률이 낮아진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반드시 심판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
아무튼 지나가던 강아지도 못 믿을 덫 타령 잘 들었다. 이제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진실을 밝혀야 할 때다. 당신들은 진짜 생쥐나 걸릴까 말까한 그 쉬운 덫에 시도 때도 없이 걸리는 수준의 지능 보유자인가?
이걸 인정하면 진짜 쪽팔릴 텐데 그래도 그 길을 가겠나? “자수하여 광명 찾자”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권한다. 얼른 자수하고, 최소한 부부의 지능이 생쥐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그나마 덜 쪽이 팔린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