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민권운동의 유산만 믿는 민주당을 등지는 미국 흑인 유권자

흑인보수연맹(BCF)가 2024년 2월 23일(현지 시각) 사주최한 행사에서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에 웃고 있다. ⓒ사진=알자지라

편집자주

오는 11월 5일이면 2025년 1월 25일 취임할 대통령을 뽑는 미국의 60번째 대선이 치러진다. 이번 대선은 80세가 넘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직 대통령이 4년 전에 이어 재격돌을 벌인다.
미국 대선은 득표율로 결정되는 직접 선거 아니다. 주별로 인구에 비례해 할당된 435명(하원의원 수)와 100명 (상원의원 수)을 합친 535명과 워싱턴 DC의 3명을 합해 538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대선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주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승리한 후보가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패배한 주에서 화끈하게 완패하고, 승리한 주에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면, 전체 득표율에서 밀려도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보다 287만 표를 덜 받고도 선거인단에서 306대 232로 넉넉한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 대선을 예측하거나 유권자를 계층별, 인종별, 성별 등으로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 별로 유권자의 구성을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미 몇 년 전부터 1세기 가까이 민주당을 지지한 흑인 유권자가 조금씩 이탈하고 있었다. 하지만 흑인표의 이탈은 이번 대선에서야  민주당에게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흑인 비율이 높은 러스트 벨트의 경합주에서 공화당이 더 많이 승리할 수 있을 정도로 흑인 유권자의 공화당 지지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흑인 유권자의 표심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 보고, 표심이 변하고 있는 원인을 살펴본 알자지라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Why are Black voters backing Donald Trump in record numbers?

2021년 코리 부시 민주당 하원의원이 ‘전 백인우월주의 최고책임자’라고 불린 것으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2018년에는 힐러리 클린턴이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를 매우 경멸하는 발언을 한 그를 ‘무지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하기도 했다.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그의 마지막 경쟁자였던 니키 헤일리조차 트럼프의 미국 흑인 비하 발언을 ‘역겹다’고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에 대한 흑인 유권자의 지지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흑인의 트럼프 지지율, 여론조사는 어떤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2000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흑인 유권자의 8%를 득표했고, 2020년 대선에서는 득표율이 치솟아 12%를 얻었다.

그리고 지금은 여론조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젠포워드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 선거가 실시된다면 흑인 유권자의 17%가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20%는 공화당의 트럼프도 민주당의 조 바이든도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흑인 유권자는 미국에서 매우 독특한 투표층이다. 현재 흑인은 꾸준히 민주당 지지를 표방한 유일한 투표층으로, 2020년 대선에서는 무려 77%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현재 라틴계 유권자의 63%와 백인 유권자의 42%가 민주당 지지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흑인 유권자의 63%만이 바이든을 지지하겠다고 답해, 1999년 젠포워드가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그리고 특히 경합주에서 민주당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흑인 투표의 역사

흑인 투표와 공화당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20세기 초를 되돌아봐야 한다. 1930년대 이전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흑인과 백인 유권자로부터 거의 비슷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193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승리하면서 흑인 유권자가 민주당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1936년 대선에서는 루스벨트가 흑인 표의 71%를 얻었다. 대공황이 주로 하류층이었던 흑인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는데, 높은 실업률 등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았기 때문이다. 훗날 ‘미국에는 잊혀진 사람도, 잊혀진 인종도 없어야 한다’고 했던 루스벨트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1940년대 후반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1948년 7월 미군에서 인종 분리를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흑인의 지지는 또 한 차례 커졌다. 그러나 노예제 폐지에 반대해 남북전쟁까지 일으켰던 남부에서 인종 분리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민주당 지지층의 일부, 이른바 ‘딕시크랫’을 격분하게 했다.

결국 딕시크랫은 1948년 대선에서 따로 후보를 냈다. 민주당이 흑인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 협약을 채택하자 참다못한 딕시크랫이 탈당해 7월 앨라배마 버밍엄에서 인종 분리 정책을 유지할 각 주의 권리를 내걸고 스트롬 서먼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독자 후보로 출마시킨 것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서몬드가 남부에서 531명의 선거인단 중 39표를 민주당으로부터 빼앗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뒤집고 트루먼이 303표, 57.1%로 189표를 얻은 공화당의 토마스 듀이를 꺾고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인종 차별에 맞서 1964년 민권법과 1965년 투표권법을 통과시키며 린든 존슨 대통령 때 흑인 표심을 더 확보한다. 존슨은 민권법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한 세대 동안은 남부를 잃었다’며 남부의 반발을 예견하기도 했다.

1968년과 197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인종 통합 때문에 민주당에 분개한 남부 백인 유권자를 겨냥해 인종차별을 묵인하는 ‘남부전략’이라 불리는 우경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백인과 흑인 유권자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남부전략으로 닉슨은 승리를 거뒀지만 흑인 민심이 대거 이반해 21세기에 와서도 공화당이 흑인 표심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민주당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흑인 표심

작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성인 중에서 민주당 지지를 표방하는 사람의 비중은 2020년 77%에서 66%로 줄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흑인 유권자, 특히 젊은 흑인 유권자는 이전 세대와 다르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늘 그랬듯 바이든이 흑인 표의 대부분을 얻었지만, 4년 전 중간선거에서 흑인 표의 8%만을 얻은 공화당이 거의 두 배인 14%를 얻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민권 운동의 유산으로 민주당이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유지해 왔지만, 젊은 흑인 유권자는 그런 유산에 대한 애착이 없다. 윈스롭대학교의 아돌퍼스 벨크는 ‘민권 운동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흑인 세대에게 민권 운동은 역사에 불과하다. 이들은 그런 역사적인 윤곽, 변화, 한계 및 기회에 대한 이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차별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 대한 호기심을 탐색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공화당 전반을 보는 흑인 유권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흑인 유권자는 장기적이고 거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자기에게 주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특히 가장 확고한 지지기반인 백인 남성을 굉장히 잘 대우하는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은 흑인 유권자, 특히 흑인 여성 유권자에 대한 존중과 보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화당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이용하는가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칼리지의 2023년 10월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올해 대선의 6개 핵심 경합주에서 흑인 유권자의 무려 22%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놓칠 트럼프가 아니다.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팀 스콧이 부통령 후보 리스트에 올랐고, 트럼프가 대선 후보 경선을 지난 11월 중도하차하고 자기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스콧을 콕 집어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흑인 유권자에게 다가가려는 트럼프가 흑인에 대한 갖은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흑인보수연맹(BCF)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트럼프는 자기가 4건의 형사 사건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어서 흑인 유권자가 자신을 더 지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흑인이 미국의 형사 사법 제도에서 ‘너무나 큰 상처와 차별’을 받는데 자기도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행사 후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를 변호하는 등 BCF는 트럼프가 흑인과 문화적 유대감이 있는 것처럼 말한 것에 대해 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19세기 중반 전략과 유사하게 민주당에 불만을 품은 흑인 유권자를 공화당으로 끌고 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한 실업률이 사상 최저였던 자기 재임 기간(2017~2021년) 동안 경제적으로 삶이 더 나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이 오바마 정권에서 시작된 하락 추세의 연속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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