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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기관의 불법사찰 의혹, 철저하게 규명해 뿌리 뽑아야 한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국정원은 법에도 금지된 대공수사를 명목으로 불특정 민간인 다수를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고, 검찰은 수사와 무관한 사건관계인의 디지털기기 자료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집·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국정원이 자행한 사찰 행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국정원은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40대 여성 A씨를 오랜 기간 집중적으로 사찰했다. A씨 집 주변에서 잠복하면서 집 내부까지 들여다보는가 하면, 초등학생 자녀의 등하굣길까지 추적했다. 국정원 요원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암 투병 중인 A씨의 재활 운동 모습을 두고 “쟤 정상은 아니다”며 조롱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으며, “대화 내용이 들릴 때 적절히 동영상을 찍어도 되지만, 현재 법적으로 녹음 근거가 없으니 주의해서 하라”며 상부의 불법 촬영 지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은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이 확보해 25일 공개한 자료에 고스란히 담겼다.

검찰의 경우 내부 공식 지휘 절차를 통해 임의제출 및 압수수색 영장 집행으로 확보된 사건관계인들의 디지털 저장매체 전자정보 전부를 복제한 파일을 내부 업무관리시스템(디넷·D-NET)에 등록해 관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뉴스버스’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실제 검찰이 이러한 절차로 관리해온 자료를 다른 사건 재판에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 사안 모두 매우 강한 불법성을 띠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계 혐의가 의심되는 A씨에 대해 국정원법 제4조에 따라 안보침해 범죄행위를 추적해왔다”며 불법사찰이 아니라 법원으로부터 관련 영장을 발부받아 정상적인 안보 조사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문재인 정부 국정원법 개정에 따라 올해 1월부터 폐지된 만큼, 국정원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검찰의 행태도 다분히 불법적이다.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에 휴대전화나 PC 등 디지털 정보에서 해당 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정보를 삭제·폐기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법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 5천만 원 이하 벌금 또는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검은 해당 증거물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적으로 부여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대로면 검찰 내부 누군가는 해당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이를 활용한 은밀하고 치밀한 공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기관의 무분별한 사찰 행위는 그 자체로 권력 오·남용의 소지가 크다. 그래서 국가기관의 정보수집 업무는 법령에 근거해 필요 최소한으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에 대해서도 사후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은 공권력에 의한 왜곡된 사법 작용과 그에 따른 국가폭력의 위험에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사찰 피해 당사자들은 평생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불안·우울감에 허덕이다가 목숨을 끊기도 한다.

국가기관의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특별검사와 같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제3의 수사기관을 통해 이번 사안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공권력의 반인권적인 행태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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