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에서 2018년 3월 18일 여성시의원 마리엘 프랑코의 피살에 항의하는 시위군중. 그녀의 죽음은 정부가 리우시의 치안을 군대에 맡긴지 한 달 만에 일어났다. 2018.06.12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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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4일 수요일 저녁, 리우데자네이루의 호아킴 도로에서 코발트 차 한 대가 옆 차에 총 13발을 발사했다. 브라질 사회주의자유당(PSOL) 소속 시의원인 프랑코가 탄 차였다. 총알은 그녀와 그녀의 운전사 앤더슨 고메스를 죽였다. 뒷좌석에 있던 프랑코의 공보 비서는 살아남았다. 모든 증거는 그녀의 죽음이 정치적 처형, 그것도 잘 계획된 처형임을 보여줬다. 진보적 활동가와 정치인의 암살이 흔한 브라질이었지만, 프랑코의 암살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다음날부터 시작된 시위가 곧 브라질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세계 언론은 이를 연일 보도했다. 프랑코의 암살은 그해 10월 대선에서도 핵심 이슈가 됐을 정도로 브라질을 뒤흔들었고, 올해까지 매년 크게 기념됐다. 해결될 것 같지 않았던 프랑코 암살 사건의 주범으로 세 명을 체포됐다는 가디언의 기사를 소개한다.
2018년 리우 시의원 마라엘 프랑코 암살 사건의 주범으로 의심되는 유력 정치인 2명과 리우데자네이루 전 경찰청장이 체포됐다.
지난 24일(현지 시각)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권옹호 활동가가 목숨을 잃기로 악명 높은 브라질에서 인권운동가 출신의 현직 좌파 시의원과 운전사가 암살돼 큰 파장을 일으킨지 6년 만에 브라질 연방 경찰이 연방 하원의원 시키뉴 브라장과 그의 동생 도밍구스 브라장 전 리우 하원의원, 그리고 당시 리우 경찰청장 히바우두 바르보자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코와 가까웠던 저명한 좌파 인사인 마르셀로 프레이소는 오랫동안 조직범죄에 연루됐다는 비난을 부인해 온 브라장 형제의 체포 소식을 듣고 ‘오늘 브라장 형제와 전 경찰청장의 체포로 누가 이 살인을 저질렀고, 누가 명령했으며, 누가 수사에 실패했는지 명확해졌다’고 트윗했다.
프랑코의 또 다른 친구였던 레네타 수자 의원은 ‘브라질 국가와 사법 시스템의 해명이 필요하다. 오늘 우리는 필요한 답을 얻는데 필요한 매우 중요한 한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프랑코의 가족은 ‘브라질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걸음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고, 룰라 정권의 리카르도 레완오우스키 법무장관은 ‘조직범죄에 대한 브라질 국가의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사회주의자유당 소속의 38세 리우 시의원이었던 프랑코는 2018년 3월 14일 귀가하던 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흑인 빈민가 출신의 동성애자였던 프랑코는 짧은 정치 커리어 동안 브라질의 소수자를 위한 용감한 옹호자이자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거침없는 운동가로 명성을 얻었다.
사건 발생 1년 만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자백한 전직 경찰관 로니 레사는 재판을 기다리며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지금까지 범행의 배후와 동기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고, ‘누가 마리엘을 죽였는가’라는 질문은 자이루 보우소나루 극우 정권에 맞서 브라질 좌파를 결집하는 외침이 됐다.
그러다가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룰라)이 2022년 대선에서 다시 승리하자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룰라는 배후를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쉼 없이 싸우겠다고 약속했고, 프랑코의 여동생인 아니엘 프랑코를 인종평등 담당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번 체포는 레사가 감형 등의 혜택을 받는 대가로 주범을 밝히면서 이뤄졌다. 무장 조직이 지배하는 리우의 서부에서 정치 경력을 쌓은 브라장 형제와 바르보자 전 경찰청장의 정확한 역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바르보자가 살인을 승인하고 주범들에게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했다고 한다.
경찰의 수장이 리우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범죄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사실은 브라질을 충격에 빠뜨렸다. 사건 발생 후 언론에 ‘이 범죄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는 쉬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바르보자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바르보자는 24일 아침 리우 서부의 자택에서 체포됐고, 바르보자의 부인은 돈세탁 의혹으로 자산이 동결됐다.
아니엘 프랑코는 바르보자의 연루 가능성 소식에 텔레비전 생방송에서 ‘그들은 내 언니를 살해했지만 우리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 남아 마리엘의 뜻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오열했다.
프랑코의 미망인 모니카 베니시우도 ‘이것은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이것은 안타깝게도 리우의 정치와 지하세계가 경찰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며 전 경찰청장의 연루 혐의에 분개했다. 리우의 강력한 조직범죄 때문에 이제 자기 목숨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그녀는 ‘그 어떤 것도 정의를 위한 마리엘의 싸움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프랑코의 암살이 유가족을 꺾을 수 없는 용기로 무장시켰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체포가 이뤄지자 룰라의 전 법무장관인 플라비우 디노 대법관은 성경 시편 92편에서 ‘어리석은 자는 알지 못하고, 무지한 자도 이를 깨닫지 못하나이다. 악인은 풀 같이 자라고, 악을 행하는 자는 다 흥할지라도 영원히 멸망하리이다’라는 구절을 X(구 트위터)에 올렸다.
브라장 형제의 변호인 우비라탄 게데스는 ‘그들은 마리엘을 알지 못했고, 마리엘과 아무 관련이 없다. 이제 그들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변호인단의 몫’이라며 형제가 살인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부인하며 그들의 체포에 놀라움을 표했다. 바르보자의 변호사는 그가 구금된 연방 경찰청 본부에 도착했을 때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