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파값 잡으라니 국회 이전한다는 정부여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느닷없이 세종시로의 국회 완전 이전을 공약하고 나섰다. 치솟는 물가를 진정시켜 민생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요구에 자다 일어나 봉창을 두드리는 격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27일 아침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완전 이전을 공약했다. 이어 대통령실도 “국회 이전은 대선공약”이라며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동훈 위원장의 국회 완전 이전 공약은 여러모로 의아하다. 현재 정치권은 국회 이전에 이견이 없고, 이미 부분 이전이 진행 중이다. 완전 이전을 하려면 언제든 여야가 협의해서 추진하면 된다. 그리고 부분 이전이든 완전 이전이든 실행에 옮겨지려면 물리적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호들갑을 떨며 기자회견을 열 이유도 없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았으나 세종시의 규모나 이전 속도가 현재 수준에 그치는 것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비협조로 인한 면도 크다. 국회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이전하거나 이를 위한 헌법 개정 등의 제안에 모두 반대했던 것도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이다.

한 위원장이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걸면서 대규모 서울 개발을 언급한 것도 황당하다. 한 위원장은 “여의도뿐 아니라 인접한 마포, 영등포, 동작, 양천, 용산 등에서도 연쇄적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적극 개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서울 중심부를 전면 재개발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균형발전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메가 서울이라는 이름의 서울확장론과 마찬가지로 서울로 자본과 개발기회를 빨아들이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지도 의문이다. 결국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자극해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속셈이 감지된다.

한 위원장은 국회 이전을 긴급하게 공약했으나 당장 절실한 국민의 요구는 물가 안정과 민생경제 회복이다. ‘대파 한 단 875원’으로 촉발된 분노의 바탕에는 윤석열 정부 내내 이어진 민생경제 추락이 있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쁜데 여당이 선거를 이길 도리는 없다. 정상적 집권세력이라면 ‘부자감세, 긴축재정’이라는 경제기조를 수정하고, 특단의 민생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파값을 잡으라는 국민에게 국회 이전이라는 엉뚱한 정책을 던져 시선을 교란하는 것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여의도 정치’다. 국회를 여의도에서 세종시로 옮겨 여의도 정치를 끝내겠다는 한 위원장의 언어유희를 받아주기엔 국민의 경제적 상황이 너무 다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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