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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엔 가공식품 감세라니, 그야말로 ‘막 던지는’ 여당

제대로 검토도 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 온 여당이 이번엔 가공식품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절반으로", "한시적으로" 낮추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유세에서 "우리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당"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한 위원장이 지목한 품목들은 "출산·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 등인데 "이렇게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절반으로 인하"하자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고물가에 힘들어하는 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황당한 이야기다. 한 위원장은 이들 가공식품에 붙는 부가세를 낮추면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거론한 가공식품 등은 몇몇 기업들이 과점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세율을 내린다고 해도 가격이 떨어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부가세 인하는 세법을 고쳐야 가능하다. 국회에서 세법 개정을 논의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법을 고치는 동안 현재의 물가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세법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부가세는 단일 세율 체제로 10% 혹은 면세라는 원칙으로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종목을 골라 '절반'으로, 그것도 ‘한시적으로’ 낮추는 건 세정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이번 총선을 뒤흔들고 있는 이슈는 대파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트를 찾아 '875원이라는 합리적 대파 가격'을 제시하면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출마한 한 후보는 '한 뿌리에 875원'이라는 억지 주장을 해 빈축을 샀다. 하지만 가공하지 않은 농산물인 대파에는 아무런 세금이 붙지 않는다. 한 위원장이 대파 파동을 감안해 내놓은 주장이라면 헛발질에 불과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이다. 보통의 총선에서 여당이 내놓는 정책은 앞으로의 국정 방향으로 이해된다. 그만큼 충분한 검토와 당정간의 교감 위에서 나오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요즘 여당이 내놓는 정책은 전혀 다듬어진 흔적이 없다. 하루 전에 한 위원장이 내놓은 국회 지방 이전도 마찬가지다. 하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면서 던져 놓은 감세와 정부 지원, 규제 폐지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세수를 팍팍 줄이면서 지원도 왕창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런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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